‘피폴리자시옹’이란 신조어 등장
공인의 사적 영역이 엄격히 보호되던 프랑스에서 최근 정치인의 사생활이 새롭게 뉴스의 초점이 되면서 유명인(celebrity)을 다루는 잡지가 급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영어 피플(People)에서 나온 피폴리자시옹(pipolisation)이란 신조어까지 생겼고 이 새로운 현상에 대한 분석 기사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올여름 바캉스 철을 맞아서는 ‘스타 시스템’과 ‘셀레브리테 마가쟁’ 등 두 종류의 ‘유명인 잡지’가 새로 나왔다. 기존의 ‘부아시’ ‘클로저’ ‘퓌블리크’ ‘갈라’ 등도 불황을 모른다.
부아시는 프랑스에서 1위를 달리는 유명인 잡지. 평균 매달 50만 부 이상이 팔린다. 매달 약 47만 부를 찍는 클로저는 2위. 이 잡지는 1년 전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와 그의 새 애인을 찍은 사진을 실으면서 70만 부를 찍어 이 분야의 최고 인쇄부수 기록을 세웠다. 올랑드 당수는 세골렌 루야알 전 대선 후보와의 사이에 4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으나 두 사람은 루아얄 전 후보가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패한 뒤 헤어졌다.
본래 ‘피플’류의 유명인 잡지는 영미권에서 발전했다. 개신교 문화권인 미국과 영국에서 정치인은 공적인 영역에서만큼이나 사생활에서도 숨길 게 없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다. 정치인이 잡지에 등장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유권자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도 강하다.
그러나 가톨릭 문화권으로 공사를 엄밀히 구분하는 프랑스에서는 최근까지 정치인의 사생활이 뉴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에게 숨겨놓은 딸이 있다는 사실이 임기 말에 드러났지만 당시엔 그 같은 사실을 다루는 것 자체가 비판을 받았다.
이런 전통의 전환점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제공했다. 그는 2004년 11월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총재로 선출될 당시 캠페인 홍보영상물에 막내아들이 ‘아빠 힘내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등장시켰다. 당시 이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고 ‘점잖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2005년 7월엔 자크 랑 전 문화장관이 ‘부아시’를 통해 사회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당시 일간 리베라시옹은 ‘유명인사 잡지에 나오는 정치 후보들’이란 기사를 실었다.
‘정치인 사생활 관심’ 붐의 결정적인 계기도 사르코지 대통령 주변에서 나왔다. 2005년 8월 당시 그의 부인이었던 세실리아 씨가 새 애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찍은 파파라치의 사진이 ‘파리 마치’에 실렸다. 타블로이드 신문이 발달한 영국에서야 별게 아니었겠지만 프랑스에서 이는 ‘언론이 처음으로 당사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정치인 주변의 사생활을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