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전쟁’은 막고 ‘소프트 전쟁’ 승전을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3분


“핵테러가 최대 위협… 전세계 핵무기 없앨 것”

“군사력 의존 대신 문화-원조로 상대국 설득”

오바마 외교안보 ‘2대 키워드’

‘소프트 전쟁’과 ‘최후의 전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두 가지 개념의 전쟁을 화두로 던지며 외교안보 논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비해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외교안보 분야 리더십을 보강하기 위한 선거전략 차원이기도 하지만, 이 같은 개념은 향후 민주당 주도 외교정책의 근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1세기 위협은 핵-생화학-사이버 테러”

오바마 후보는 16일 인디애나 주 퍼듀대에서 외교안보 정책 원탁토론회를 열었다.

위험국가의 핵 폐기를 위한 프로그램인 ‘넌-루거 법안’의 발의자인 샘 넌 전 상원의원을 비롯한 저명한 안보전문가들과 한자리에 앉은 오바마 후보는 ‘핵 테러리즘’을 미국이 당면한 가장 중대한 안보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당선되면) 차기 행정부의 2대 목표는 핵물질 관리의 허점을 막고, 전 세계에서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 테러, 생화학 테러, 사이버 테러 등을 21세기의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우리는 이런 위협들에 비해 앞서가지 못하고 있으며 ‘최후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후의 전쟁’은 냉전시대 핵전쟁의 위험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던 표현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 불량국가나 핵 과학자들이 치명적인 무기를 테러리스트들에게 넘겨주는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러시아 모스크바, 영국 런던, 미국 뉴욕에서 자살을 시도해 수만 명을 죽이는 문제를 그저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북한과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고도 나왔다.

“북한과 이란은 테러를 지원한 역사가 있다. 두 나라가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포기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더 크고 강력한 규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바마 후보 진영은 또 이날부터 같은 콘셉트의 TV 광고를 집중적으로 방송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40년 전엔 그것(위협)은 미사일과 냉전이었다. 오늘날 그것은 사이버 공격과 고삐 풀린 핵무기, 오일머니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즘이다.”

○다음주 유럽-중동 순방 콘셉트는 소프트 전쟁

오바마 후보 측 외교안보 참모들은 다음 주 유럽 중동 순방의 콘셉트를 ‘소프트 전쟁’이라고 규정지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집착해 온 예방전쟁(preventive war)과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 개념과 선명한 대비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번 해외 순방은 “압도적인 군사력에 의존한 하드 파워 전략 대신 소프트 파워의 확대를 통해 지역질서와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오바마 후보의 비전을 현실 무대에서 시험해 보는 데뷔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 파워 외교는 이념과 가치, 문화, 외교, 해외원조 등을 통해 상대국을 설득하고 지지를 얻는 것을 뜻한다.

오바마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하는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은 15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부시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실패는 테러와의 전쟁에 지나치게 집착한 탓”이라며 “군사력을 넘어 공공외교 자유무역 해외원조 등을 통해 ‘스마트 파워’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글래스먼 국무부 공공외교담당 차관도 15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국에 적대적인 생각을 가진 지역에서 벌어질 ‘아이디어 전쟁(war of ideas)’에서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후보는 이번 순방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요르단 등 5개국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에는 NBC의 브라이언 윌리엄스, ABC의 찰리 깁슨, CBS의 케이티 쿠릭 씨 등 3대 지상파 방송의 간판 앵커들이 모두 동행하는 등 미국 사회의 관심은 이달 초 매케인 후보의 중미 방문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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