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 다다른 일본 정치세력 ‘독도 도발’로 돌파구”

  • 입력 2008년 7월 19일 03시 00분


■ “독도는 한국땅” 주장하는 일본 학자들

일본인이지만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주장해 온 학자가 제법 있다. 이들은 오로지 ‘사실에 기반한 연구’와 ‘학자적 양심’만으로 독도가 일본령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사료 검증과 분석을 통해 밝혀 왔다.

고인이 된 역사학자 야마베 겐타로(山邊健太郞·1905∼1977)씨가 선두주자다. 한국병합사 전공자인 그는 한일 수교 협상에서 독도 문제가 쟁점이 된 1965년 시사월간지 ‘코리아평론’에 ‘독도 문제의 역사적 고찰’이란 논문을 냈다.

그는 논문에서 “독도 문제는 1905년 일본의 영토 편입이 정당한 것이었는지를 문제시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1904년 한일의정서를 통해 사실상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뒤의 독도 편입은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일본이 폭력과 탐욕에 의해 독도를 빼앗았다는 점은 청일전쟁 이후 일관된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을 보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1989년 53세로 타계한 가지무라 히데키(梶村秀樹) 전 가나가와대 교수도 1978년 ‘조선연구’의 논문에서 “국제법적으로 봐도 한국은 일제강점기 공백 기간이 있었지만 여건이 갖춰졌을 때는 독도를 방치한 일이 없었다”며 한국의 것임을 지적했다.

시마네대 나이토 세이추(內藤正中) 명예교수는 ‘시마네 현의 100년’ 등 지방사 연구를 바탕으로 10년 넘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허구성을 규명해 왔다. 심지어 시마네 현이 독도의 날을 선포하는 소란 속에서도 ‘독도는 한국 땅’임을 주장하는 칼럼을 신문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 기록에는 독도가 한국 땅임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숱하며 에도(江戶) 시대의 어민들도 독도를 조선 땅으로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2006년 출판한 저서 ‘사적 검증 다케시마·독도’(공저)에서도 1905년 일본의 독도 편입 과정의 문제점을 상세히 기술했다.

가령 일본의 독도 편입은 1904년 9월 어민 나카이 요사부로(中井養三郞)가 독도 근해에서의 강치잡이 어업권을 독점할 목적으로 독도 임대를 청원하려 했으나 일본 정부가 이를 ‘무주지(無主地) 영토 편입 청원’으로 바꾸게 함으로써 이뤄졌다는 것이다.

호리 가즈오(堀和生) 교토대 교수는 1987년 ‘1905년 일본의 독도 영토 편입’이란 논문을 통해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조선 문헌에 독도가 등장하는 것이 일본 측보다 200년 정도 이르며 그 문헌이 조선의 정사(正史) 지리지라는 것 자체가 독도에 대한 국가(조선)의 영유 의식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696년 조일(朝日) 양국 정부의 교섭에 따라 에도 막부가 울릉도가 조선령임을 정식 승인했으며, 1877년 당시 일본 메이지(明治) 정부의 최고 국가기관인 태정관이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과는 관계없는 섬’이라고 내린 공문서도 발견해 한국 측의 독도 관련 연구에 힘을 보태 줬다. 또 1894년과 1899년판 일본 해군의 ‘조선수로지’ 등 일본 측 자료를 볼 때도 일본 영토설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1905년 독도 편입은 당시 황금어장 독점을 노렸던 시마네 어민들과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려는 일본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조선 점령에 앞선 전주곡의 형태로 이뤄졌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 밖에 호리 교수의 후배이기도 한 이케우치 사토시(池內敏) 나고야대 교수는 에도 시대 역사를 통해 ‘(독도의) 일본의 고유 영토설’을 뒤집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쓰다주쿠대 다카사키 소지(高岐宗司) 교수는 아예 “독도는 한국에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편 호리 교수는 17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논문 발표 이래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내 학자적 견해는 변함이 없고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면서 “요즘 일본 내 일련의 움직임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에 정치 주도세력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치가 새로운 국면을 열지 못하고 폐쇄감에 휩싸인 가운데 독도 관련 교육 문제라도 건드려서 분위기를 쇄신하고 국민의 관심을 끌어보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외무성과 문부과학성 관료들인데 생각이 얕고 시야가 좁은 사람들이 일본을 이끌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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