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분 vs 48분…美방송, 오바마-매케인 보도시간 ‘극과 극’

  • 입력 2008년 7월 19일 03시 00분


‘114분 vs 48분.’

최근 미국 방송모니터링 서비스업체인 틴들리포트가 6월 이후 6주 동안 ABC, CBS, NBC 3대 공중파 방송이 저녁 메인뉴스에서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 보도에 각각 할애한 방송시간을 집계한 결과다.

오바마 후보는 114분 동안 2000만 명에 이르는 공중파 시청자의 눈과 귀에 노출되는 ‘후한 대접’을 받았지만 매케인 후보에 대한 방송의 관심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사 잡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타임과 뉴스위크의 3년 치 표지 모델을 분석해 본 결과 오바마 후보는 모두 12번을 장식해 5번에 그친 매케인 후보를 압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케인 후보 측으로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매케인 후보 측을 발끈하게 만든 것은 다음 주로 예정된 오바마 후보의 유럽·중동 순방에 3대 방송의 앵커를 포함해 기자 200여 명이 취재 신청을 했다는 사실.

매케인 후보 캠프는 매케인 후보가 지난 4개월 동안 중동지역을 포함해 3차례나 해외순방에 나서는 동안 단 한 명의 주요 방송 앵커도 그를 동행 취재하지 않았던 사실을 지적하며 “언론이 지나치게 오바마 후보에 편향된 보도 태도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물론 언론도 할 말은 있다.

방송사들은 “오바마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접전을 벌이며 언론의 관심을 더 많이 끌었고, 최초의 주요 정당 흑인 대통령후보라는 역사성 등을 감안할 때 방송시간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동 순방도 오바마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된 후 첫 해외순방이며 외교안보분야 문외한의 분쟁지역 방문인 만큼 시청률을 중시하는 방송사로서는 ‘흥행카드’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나아가 뉴스위크는 매케인 후보가 언론의 외면을 받은 것은 자업자득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매케인 후보 측은 3월 중동 방문 때 언론에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인터뷰가 가능한지 문의해도 아무런 확답을 주지 않았다”며 “군용기를 이용한 매케인 후보를 기자들이 민항기로 따라다니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바마 후보의 첫 해외순방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17일 “사소한 실수 하나도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자칫 경험 없는 시골뜨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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