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하늘 아냐?”…18조짜리 파란 베이징 하늘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7월 19일 03시 00분



“베이징 하늘 이거 가짜 아냐(北京的天空是不是假的)?”

중국인 친구가 17일 오후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베이징의 쪽빛 하늘을 보고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물론 농담이다.

올림픽을 20여 일 앞둔 최근 베이징 하늘은 정말 몰라보게 맑아졌다. 평소 몇백 m 앞이 안 보이고 심할 땐 50∼100m 앞도 흐릿할 정도지만 요즘은 10∼20km 떨어진 곳의 고층 건물까지 보인다.

베이징의 하늘은 7월 들어 더욱 맑아져 하늘의 흰 구름까지 보인다. “하늘색이 뭐지요?”라고 물으면 베이징의 초등학생들은 모두 “회색”이라고 대답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40, 50대 중년들도 “이런 날씨는 난생처음”이라고 탄복한다.

▽18조 원짜리 ‘맑은 하늘’=이런 맑은 하늘은 그저 얻은 게 아니다. 올림픽 개최 신청 당시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에 약속한 환경오염 개선을 위해 10년간 1200억 위안(약 18조 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뼈를 깎는 고통도 뒤따랐다.

철강업체인 서우강(首鋼)은 연간 300만 t의 감산을 무릅쓰고 3개의 용광로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폐쇄했다. 점결탄을 생산하는 베이징자오화창(焦化廠)은 2006년 7월부터 조업을 중단했다. 이로써 연간 300만 t의 석탄 사용으로 인한 매연 배출이 줄었다.

2만405대의 시내버스는 모두 매연저감 버스로 교체했다. 5만 대의 버스는 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 차량으로 바꿨다. 1만6000대의 석탄 보일러와 주택 3만 채의 석탄 아궁이도 없앴다.

베이징의 전체 차량 329만 대 중 환경기준에 미달한 30만 대는 이달 초부터 전면 운행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20일부터는 시내 공사장 전부가 두 달간 전면 공사중단에 들어간다. 또 승용차 홀짝제도 동시에 실시된다.▽올림픽 이후에도 이런 하늘 유지될까=베이징의 ‘맑은 하늘’은 매년 늘고 있다. 10년 전 100일에서 지난해 246일로 2.46배로 늘었다. 특히 7월 들어 베이징 하늘은 이례적으로 11일 연속 ‘맑은 하늘’을 보였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8월 8∼24일)과 그 이후에도 이런 하늘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요즘의 맑은 하늘은 지난달 이후 10여 차례에 걸친 인공강우로 공기 중의 오염물질이 대부분 가라앉은 덕택이기도 하기 때문. 인공강우는 ‘구름 씨’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베이징의 8월은 고온 건조한 날이 계속된다. 인공강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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