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전문가로는 드물게 국무부에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하며 차관보급 이상을 지낸 그는 '미국은 새로운 거대 전략(grand strategy)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발표에서 미국 대통령의 금기사항 3제와 권장사항 3제를 내놓았다.
▽금기사항 3제=3금(禁) 중 으뜸은 '선제공격(preemption)'이라는 어휘(lexicon)를 외교안보 사전에서 버리라는 것. 도빈스 소장은 "소련을 무너뜨릴 때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선제공격'은 옵션이 아니었다"며 "이제는 예방외교의 효용을 생각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이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의 좋은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군사옵션을 일단 제쳐두되 언제든 즉각 사용 가능할 수 있도록 서랍에 잠시 넣어 두는 것이 성과 극대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도빈스 소장은 두 번째로 "민주화(democratization)는 반(反)테러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설적으로 민주화된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전의 권위주의 시절보다 이스라엘에 더 적대적이고 미국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개혁을 강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법치주의나 시민사회의 성숙, 정부의 부패방지 등을 통해 민주주의 토대를 닦는 데 기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조언은 국가건설(nation building)의 신화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 도빈스 소장은 "'실패한 국가'를 재건하는 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인력과 자금, 시간을 요한다"며 "현 정부에서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소말리아, 아이티 등 그 예는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권장사항 3제=도빈스 소장은 후임 대통령이 계승해야 할 3가지 권장사항도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최근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포기하고 △중국, 인도 등 신흥강국과 러시아처럼 재부상하는 강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어받아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외교가 중요한 이유=도빈스 소장은 "외교적 노력이 항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교적 노력은 늘 필요한 정보를 끌어내기 마련이고 정보가 많으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쇠퇴나 새로운 경쟁국가들의 출현 및 미국 헤게모니의 종언 등은 어느정도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은 적어도 수십년은 하드파워에서 미국을 앞지를 수 없고 통합된 유럽역시 안보분야에서 미국과 대적할 정도는 못된다"고 강조했다.
도빈스 소장은 "미국의 현(국제사회에서 존경받지 못하는) 상황은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몇몇 전술(tactic)을 잘못 사용한 결과이며 이미 일부 힘의 남용(abuse)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도빈스 소장 주요 경력:
-국무부 부차관보
-유럽 및 캐나다 담당 차관보
-EU 대사
-발칸문제 담담 대통령 특보
-소말리아, 아이티, 보스니아, 코소보 담당 특사
-아프가니스탄 담당 특사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