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중인대만 - 양안관계 회복에 對中수출 늘어 상반기 무역수지 80억달러 흑자
전중인한국 - 고유가 등 외풍에 경제정책 꼬여 11년만에 상반기 57억달러 적자
‘747의 한국’과 ‘633의 대만’.
두 나라는 모두 올해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한국은 10년, 대만은 8년 만에 여야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
5월 취임한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선거 기간 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연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처럼 경제성장 목표를 숫자로 제시한 ‘633 공약(연 6% 이상 성장, 국민소득 3만 달러, 실업률 3% 이하)’으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유가 급등, 세계 경기 하강,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경제의 삼각파도를 맞은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둘의 경제성적표는 어떨까.
한국 경제가 성장 물가 경상수지에서 빨간불이 켜진 것과 달리 대만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외환경 악화로 둘 다 고전하고 있지만 대만은 양안(兩岸) 관계 회복과 안정적인 거시경제 운용으로 충격을 줄이는 데 성공한 것. 2000년대 들어 ‘저(低)성장 저(低)투자’의 늪에 빠져 있던 대만 경제가 추격을 시작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과 대만 경제는 모두 1996∼2006년에 평균 4.6%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대만을 앞서기 시작했다.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도 2004년 한국에 뒤처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대만 경제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5.7%, 올해 1분기 6.1% 성장했다. 한국은 지난해 5.0%, 올해 1분기 5.8% 성장했지만 대만 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물가도 대만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들어 3%대로 안정을 보이던 대만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6월 4.97%로 치솟았다. 유가 급등과 수해가 겹쳤고 대만 정부가 5월 석유 가격을 인상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급등한 것. 하지만 한국(5.5%)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무역수지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만의 무역수지도 고유가와 세계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중국 수출이 늘면서 올해 상반기 약 80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반면 한국은 1997년 상반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상반기 57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봤다.
○ 양안 관계 회복속에 안정적 성장
대만 경제가 비교적 선방하는 이유로는 마잉주 정부 출범 이후 양안 관계의 회복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마잉주 정부가 중국 자본과 관광객을 유치하고 중국 투자를 확대하는 구체적인 ‘성장의 해법’을 제시하고 실천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한국과 대만의 경제가 우열을 가릴 정도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대만의 새 정부가 양안 관계 회복 등 선거 공약을 예측 가능한 형태로 진행하면서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점은 차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 초기 성장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와 환율 상승을 유도한 반면 대만의 마잉주 정부는 환율과 관세 인하를 통한 물가 안정과 고유가 대책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타를 잡았다.
강명수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상무관은 “마잉주 정부는 첫 각료회의에서 환율과 관세 인하를 통한 물가 안정 대책과 에너지 가격 왜곡을 해소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석유, 전기요금 인상을 첫 작품으로 내놨다”고 말했다.
박현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대만이 장기적으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단일 시장으로 나아간다면 중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대만 경제의 성장 모델도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대만의 자본과 기술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