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싱가포르에서 폐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의장성명에 당초 포함돼 있던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및 10·4 남북 정상회담 관련 문구가 25일 한국 정부의 이의 제기에 따라 삭제됐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5일 저녁 “싱가포르가 회원국과의 조율 없이 의장국 직권으로 성명서를 24일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25일 수정본을 확정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다자간 외교장관 회담에서 채택한 성명이 하루 만에 수정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지시를 받은 이용준 차관보가 오늘 오전 싱가포르 외교차관을 만나 10·4선언 관련 문구를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24일 채택된 당초 성명엔 남북대화의 지속적 발전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주장해 온 대로 “10·4 (남북 정상)선언에 기초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이는 참여정부의 남북회담 결과를 수용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이명박 정부에 부담이 됐다.
이 당국자는 “싱가포르 외교부가 (10·4선언 삭제라는) 한국 측 요구를 수용했지만 의장국으로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차원에서 한국이 요구해 관철시켰던 금강산 사건에 대한 국제협력 관련 표현도 함께 뺐다”고 덧붙였다.
문 대변인은 “금강산 사건은 한국 측 문제 제기에 5, 6개 ARF 회원국이 동조 발언을 한 만큼 국제적 여론 환기라는 소정의 목적을 이미 달성한 것이며 삭제돼도 큰 무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명서의 뒤늦은 수정과 관련해 정부가 성명서 문안 채택을 앞두고 외교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싱가포르=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