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地·人 개벽시킨 中 ‘올림픽 혁명’

  • 입력 2008년 7월 28일 02시 58분


2001년 개최권 따낸후 7년동안 ‘맑은 하늘 푸른 땅’ 변신

친절 캠페인으로 ‘거친 이미지’ 벗어… “사람은 더 변했다”

“하늘도 땅도 바뀌고, 사람은 더욱 변했다(天變, 地變, 人更變).”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베이징 시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2001년 7월 중국이 제29회 하계 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이후 7년간 베이징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꾀죄죄한 옷차림,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이하의 우중충한 건물들, 자전거 물결이 출렁이던 베이징은 7년 만에 10차로 안팎의 도로가 뻥뻥 뚫리고 마천루가 즐비한 최첨단 도시로 탈바꿈했다. 베이징에서 태어나 자란 주민조차 이 같은 ‘초고속 대변신’에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 베이징은 축제 분위기

올림픽 개막식을 10여 일 앞둔 베이징 시내는 올림픽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거리엔 오륜기가 나부끼고 곳곳엔 올림픽 기념 조형물이 세워졌다. 시내 도로는 최근 7, 8월에 개화하는 새 꽃으로 모두 단장됐다.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선 올림픽 축하 무대와 꽃동산 준비가 한창이다.

베이징 근교의 만리장성과 쯔진청(紫禁城) 등 관광지에서는 올림픽 기념 물건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 옆을 지나는 4환로의 베이천(北辰) 육교는 매일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중국인들로 북새통.

테러 우려가 커지면서 삼엄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베이징 시내로 진입하려면 세 번의 검문검색을 거쳐야 한다. 올림픽촌으로 들어가는 입구엔 권총을 휴대한 무장경찰이 50m 간격으로 줄줄이 서서 경계를 펼치고 있다.

○ 하늘은 맑아지고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가 올림픽 개최지로 베이징을 선정하면서 가장 우려한 것은 대기오염.

중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림픽 개최 신청 때인 1998년부터 최근까지 1200억 위안(약 18조 원)을 투입했다.

베이징 하늘은 최근 몰라보게 맑아졌다. 2001년 185일에 불과하던 공기오염지수 100 이하의 ‘맑은 하늘’은 지난해 246일로 33% 늘었다. 황사가 없는 때에도 입마개를 자주 하던 베이징 시민들의 모습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베이징의 공기가 외국 선수들의 기대만큼 향상된 것은 아니다. 204개 참가국 선수단 중 42개국은 한국에, 24개국은 일본에 각각 훈련캠프를 차렸거나 차릴 예정이다. 각국 선수들은 선수촌 입촌도 가능한 한 늦추고 있다.

○ 땅은 푸르러지고

베이징 시내의 변화는 더욱 놀랍다. 베이징은 이제 ‘자전거 왕국’이 아니다. 베이징의 차량은 330만 대로 지난해 말 이미 서울을 앞질렀다. 출퇴근 시간엔 서울보다 교통정체가 심할 정도.

올림픽 관광객이 처음 마주할 서우두(首都) 공항 제3터미널은 단일 터미널로는 세계 최대다. 기존의 1, 2터미널을 포함하면 서우두 공항의 연간 승객 수송능력은 8548만 명에 이른다. 지난달 21일엔 제2공항고속도로가, 이달 19일엔 공항∼도심 간 철도가 각각 개통됐다.

베이징 시는 올림픽을 위해 경기장 주변에 60개 도로를 신설하는 등 총연장 600km를 새로 깔았다. 지하철 역시 2개 노선 54km에서 8개 노선 200km로 크게 늘렸다.

2000년 41.9%에 불과했던 베이징의 녹지비율 역시 지난해엔 51.6%로 7년 만에 녹지가 9.7%포인트 늘었다.

○ 중국인들의 악습도 고쳤다

‘더럽고, 시끄럽고, 거칠고, 저속하고, 궁핍하고, 야만스럽다.’

그동안 외국인 눈에 비친 중국인 모습은 이처럼 별로 아름답지 못했다. 하지만 베이징 시가 지난해부터 집중적인 의식 향상 캠페인에 들어가면서 요즘은 상당히 달라졌다.

지난해 2월부터 매달 11일을 줄서는 날로 정해 줄서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지금은 새치기가 크게 줄었다. 50위안(약 7500원)까지 벌금을 물리는 침 뱉기와 쓰레기 투척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노동절(5월 1일)때 관광객들이 톈안먼 광장에 버린 쓰레기는 전년보다 30%(61.43t) 준 146.57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경절(10월 1일)엔 78.36t으로 전년보다 65%나 줄었다.

베이징에 사는 장바오펑(張寶鳳·55·여) 씨는 “올림픽이 중국과 13억 중국인을 더욱 젊고 아름답게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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