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야구장에 석유회사 광고라니…”

  • 입력 2008년 7월 29일 03시 00분


환경단체, 美 워싱턴구단-엑손모빌에 중단 압박

올해 3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개막했을 때 워싱턴 내셔널스는 환경친화적으로 디자인한 스타디움을 공개했다. 절전형 전구를 사용한 조명, 물 소비량을 줄인 수도관 등 야구장 곳곳에 환경친화적 아이디어가 적용돼 환경단체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런 워싱턴 내셔널스 스타디움이 이제는 환경단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이유는 이런 환경친화적인 구장에 환경단체들이 혐오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인 미국 최대의 석유회사 엑손모빌의 광고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엑손모빌의 로고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왼쪽 외야 담장에 선명하게 나타나는가 하면 점수판에도 자주 등장한다.

환경단체들은 엑손모빌 광고는 환경친화적인 워싱턴 내셔널스 스타디움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다며 워싱턴 내셔널스 구단에 엑손모빌과의 광고계약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워싱턴 내셔널스 구단은 메이저리그 야구장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그린빌딩위원회로부터 ‘환경친화적 야구장’으로 지정됐다”며 “엑손모빌 광고로 스타디움에 담긴 환경보호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엑손모빌 측은 워싱턴 내셔널스 구단이 먼저 광고계약 제안을 해왔고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엑손모빌의 대변인 앨런 제퍼스 씨는 “엑손모빌이 에너지 효율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전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뭔가를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비판받았는데 이제는 뭔가를 한다고 비판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워싱턴 내셔널스 구단은 엑손모빌과의 광고계약 조건 등 세부적인 내용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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