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佛像)의 발상지인 파키스탄 간다라 지방의 최대 규모 석불이 친탈레반 성향의 무장단체에 의해 훼손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 인터넷판이 29일 보도했다. 높이가 7m에 달하는 이 석불은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석가상으로 스와트 계곡 암벽에 3∼5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선 2000여 년 전 새겨졌다는 주장도 있다. 목격자들은 무장단체가 지난해 11월 폭약을 장착해 석불의 머리 부분을 폭파시켰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에도 총으로 석불을 파괴하려 했으나 총탄이 바위에 박히지 않아 실패했다. AP통신은 당시 목격자들이 무장단체가 드릴로 구멍을 뚫는 소리를 들었고 폭발음이 들렸으나 석불 주변의 돌조각만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무장단체는 폭파 이유에 대해 “(우상 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교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탈레반도 2001년 3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파괴하면서 같은 이유를 댄 바 있다. 이 신문은 석불 파괴가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탈레반의 영향력이 최근 파키스탄까지 확장되고 있는 증거라고 전했다.
간다라 지방은 기원전 3세기∼기원후 8세기 불교가 번영해 불상, 사리탑 등 다양한 유적이 남아 있다. 이 지방의 불교미술은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과 통일신라에도 영향을 끼쳤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