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인 업소 ‘올림픽 찬바람’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외국인 관광객 특수’ 꿈꾸며 가게 늘렸는데

中정부 비자 제한 등 규제 강화로 매출 뚝

중국 베이징의 왕징(望京) 지역에서 S 한식집을 운영하는 J(52) 씨. 저녁이면 항상 손님들이 줄을 서 한참을 기다려야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호황을 누렸던 그의 가게가 요즘엔 줄 서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손님이 30%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그는 올림픽 특수를 예상하고 가게를 늘렸지만 새 가게는 몇 달째 손해를 보고 있다.

중국 내 한국인 사업자들은 베이징 올림픽 ‘대박’을 노렸으나 되레 ‘올림픽 한파’를 맞고 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K 씨 가게는 손님이 평소보다 30% 이상 줄었다. 특히 학생과 주부 손님은 절반 이상 감소했다. 슈퍼마켓이나 술집도 매출이 10∼30%씩 줄었다.

한국인과 중국동포들이 많이 운영하는 민박집은 타격이 더욱 심하다. 지난해 말 800위안(약 12만 원)을 주고도 예약하기 어려웠던 민박집 하루 숙박비는 최근 400위안 선까지 뚝 떨어졌다.

이 같은 한파는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방지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비자 발급을 크게 제한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100만 명으로 예상된 올림픽 기간의 한국인 관광객은 실제로는 10만∼15만 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평소 중국에 거주하는 유학생과 자영업자 가운데 상당수도 비자 연장을 받지 못해 최근 줄줄이 귀국했다. 밖에서 올 손님은 안 오고 평소 오던 손님마저 밖으로 나가 버린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매출 감소는 ‘작은 비명’에 불과하다. 음식점 등 일부 업소는 지난달 초 실시된 베이징 시의 일제단속에 걸려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문을 닫아야 했다.

올림픽 기간 각종 규제 탓에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3년째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한국인 H(38) 씨는 지난달 1일 직원 20여 명 전원에게 3개월 휴가를 줬다. 베이징 시가 올림픽 기간 건축공사장의 모든 작업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D 민박집을 운영하는 Y 씨는 “65억 세계인 전체가 하나가 되는 멋진 꿈을 추구한다는 베이징 올림픽이 우리에겐 ‘악몽’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