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유럽재판소 ‘개방’ 판결후
80여년 지켜온 국영체제 흔들려
술 판매와 도박 사업을 독점했던 스웨덴 정부가 역내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유럽연합(EU)과 스웨덴 내 관련 업계의 개방 압력 탓에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고 4일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스웨덴 정부가 ‘쉬스템볼라게트’라는 국영 주류 독점판매 체제를 갖추게 된 계기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말부터 지나친 음주로 여러 사회 문제가 일어나자 정부는 주류 할당제를 실시하고 주말에 술집 문을 닫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정부가 주류 판매와 수입을 독점적으로 운영한 것이 효과를 보기 시작해 1980년대에는 유럽 국가 중 1인당 알코올 소비량과 알코올 관련 질환 발병률이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그러나 이 정책은 1995년 스웨덴이 EU에 가입하면서 역내 국가 간 자유로운 무역을 주장하는 EU와 사사건건 부닥쳤다.
2006년 6월 유럽사법재판소(ECJ)가 높은 수입 관세와 판매 독점을 지적하며 스웨덴 정부가 시장을 좀 더 개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데 이어 최근 EU 집행위원회도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 때문에 스웨덴 정부는 ‘쉬스템볼라게트’의 소매 판매 독점은 유지하면서도 ECJ 판결 이후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은 허용했다.
그러자 정부의 독점에 반발하는 스웨덴 기업인들이 ECJ 판결을 기회로 삼아 사업에 뛰어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 식료품 유통업체인 ‘콘숨’도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과 손을 잡고 주류사업에 뛰어들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도박 사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스벤스카 스펠’이라는 스웨덴 국영업체가 카지노에서 온라인 게임까지 모든 도박사업을 독점해 온 데 대해서도 ECJ는 지난해 법 개정을 권고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온라인 게임업체 ‘벳손’이 올해 5월 스톡홀름에 게임장을 열었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정부 독점 체제가 옳다는 반발도 있지만 ‘그저 높은 주류 수입세와 도박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정부가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