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사민당 ‘新중도노선’ 좌초위기

  • 입력 2008년 8월 8일 02시 54분


좌파, 슈뢰더 前총리 ‘우파적 개혁’ 앞장 클레멘트 출당결의

“좌향좌 행보 유권자 외면”

당내우파, 좌우포용 촉구

독일 사민당(SPD)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신중도(Die Neue Mitte)’ 노선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사민당에서 노선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사민당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지구당 기율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볼프강 클레멘트 전 경제노동장관의 출당 조치를 결의했다. 클레멘트 씨는 슈뢰더 전 총리 밑에서 경제노동장관을 지내며 우파적 개혁을 실행한 인물.

위원회는 클레멘트 씨가 올해 1월 헤센 주 선거 때 자당의 주총리 후보인 안드레아 입실란티 씨의 공약을 문제 삼아 표를 주지 말자고 촉구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당시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입실란트 후보의 공약에 대해 “원자력을 포기하면 석탄을 살리든가, 석탄을 포기하면 원자력을 살리든가 해야지 둘 다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로만 간다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입실란티 후보는 기민당(CDU) 소속인 롤란트 코흐 주총리에게 승리하긴 했지만 표차가 근소해서 선거가 끝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사민당 중심의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 좌파는 더 큰 차로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망쳐 연정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데는 클레멘트 씨의 비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겉으로는 클레멘트 씨의 출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것 같은 논란이 사실은 격화되고 있는 당내 노선 투쟁의 반영이라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6일 보도했다.

헤센 주 사민당은 녹색당과의 연정만으로 과반을 채우지 못하자 사안별로 좌파당(Die Linke)의 협조를 얻어 연정을 꾸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우파는 사민당이 좌파 당과 협조할 경우 유권자로부터 책임감 없는 정당으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한다.

입실란티 후보가 선거 직후 좌파 당과의 연정을 모색할 뜻을 비치자 다그마르 메츠거 사민당 의원 등이 들고일어나 “유권자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해 입실란티 후보가 물러선 바 있다. 입실란티 후보는 선거 공약에서 좌파 당과의 연정을 거부한 바 있다.

이번 클레멘트 씨의 출당 결의는 메츠거 의원의 반발로 주춤했던 당내 좌파가 다시 들고일어난 것이다.

사민당은 2006년 쿠르트 베크 당수를 선출하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는 당내 우파의 수장격인 프란츠 뮌테페링 부총리 겸 노동장관을 제압함으로써 좌향좌의 행보를 이어왔다.

클레멘트 씨는 슈뢰더 전 총리 밑에서 ‘어젠다 2010’의 핵심인 복지 지출 축소와 노동시장 개혁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 인물. 사민당 좌파는 ‘어젠다 2010’이 사민당의 지지도를 추락시킨 원인이며 그 핵심 인물을 몰아내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본다.

클레멘트 씨의 출당 여부는 그의 반발로 중앙당 중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베크 당수와 후베르투스 하일 당 사무총장은 “이것은 당 노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당 기율에 관한 문제”라며 클레멘트 씨의 출당 조치에 동조했다.

반면 페어 슈타인브뤼크 독일 재무장관은 “사민당이 전 국민을 대변하는 전국 정당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의견을 포용해야 한다”며 클레멘트 씨를 지지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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