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오일달러 넘치는데 왜 혈세를…”

  • 입력 2008년 8월 8일 02시 54분


美, 재건비용 부담 불만 ‘눈덩이’

“이라크 정부는 오일머니를 쓸어 담는데 왜 이라크 재건 비용을 고유가에 허덕이는 미국 시민이 대야 합니까.”

6일 CNN방송 등 미 주요 언론엔 미국이 천문학적인 이라크 재건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데 불만을 제기하는 의원, 시민들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이날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국이 “올 한 해 이라크 정부가 원유 판매로 380억∼500억 달러의 흑자를 거둘 것”이라는 자료를 내놓은 게 계기다.

이라크 정부는 이미 2005∼2007년에 29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까지 합치면 고(高)유가 덕분에 4년간 무려 800억 달러(약 81조 원)에 가까운 흑자를 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치솟는 기름값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미국 사회의 반응은 예민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칼 레빈(민주) 의원은 “이라크 정부의 석유 수입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갤런당 4달러가 넘는 기름값을 지불하는 미국인들이 돈을 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중진 존 워너 상원의원도 “이제는 이라크 정부가 국민을 위한 필수 서비스 제공에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동조했다.

미국은 2003년 이래 이라크 재건에 480억 달러(약 48조9600억 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했다. 그중 유전 재건과 전기, 상하수도 등에 230억 달러가량이 쓰였다. 반면 이라크 정부가 기반시설 부문에 지출한 비용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39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라크전쟁 초기 미 국방부는 수백억 달러에 이를 재건 비용 조달 방법을 추궁하는 의회의 질문에 “머지않아 이라크 정부 스스로 석유 수입을 통해 재건 비용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심시킨 바 있다.

이라크 의회의 알 아바디 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으로 대부분의 기반시설이 파괴됐다. 원유 수입의 가변성을 감안할 때 이라크는 중앙은행의 잔액을 늘려야 한다. 수입원이 오로지 원유 판매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 백악관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도 “이라크 정부가 점점 더 많은 책임을 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 보고서는 이라크 정부가 석유 수입을 재건사업 재원으로 사용하는 걸 어렵게 하는 장애물로 예산·조달 업무를 수행할 훈련된 관리의 부족, 취약한 회계 시스템, 분파주의 폭력을 꼽았다. 현재 이라크 정부 수입의 94%가 석유사업에서 나온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