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뉴스 사이트 '웰스 불리틴'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거리 '톱 10'을 선정해 소개했다.
1위는 모나코의 '애비뉴 프린세스 그레이스.' 세상을 떠난 그레이스 켈리 왕비의 이름을 딴 이 해변 거리 집값은 1㎡당 19만 달러를 호가한다. 침실 4개가 있는 213㎡의 아파트 값이 4100만 달러(약 420억 원) 안팎이다. 지중해가 보이는 전망이지만 새 건물이 아닌데도 '악'소리가 날 정도로 비싸다.
'리치스탄'이라는 책을 쓰고 부자들의 세계를 전문적으로 취재해온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로버트 프랭크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를 소개하면서 "모나코의 '그레이스 왕비 가'에서는 바에서 맥주 한잔만 마셔도 100달러가 넘는다"면서 "그곳에 살면 모나코 왕족과 러시아, 중동의 재벌들과 친구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2위는 홍콩에서 가장 높은 피크(The Peak)에 있는 세번가(Severn Road). 1㎡ 당 집값이 12만1000달러(1억2400여만 원)다.
세번가는 홍콩의 마천루를 내려다볼 수 있어 도심의 전망이 좋기로는 세계 첫손에 꼽는 곳. 홍콩 섬의 한정된 토지 안에 50%의 용적률로 아파트들이 지어져 매우 비싸다.
최근에는 중국 본토의 억만장자가 이곳의 312㎡ 크기 아파트를 3800만 달러(약 389억 원)에 산 것으로 알려졌다. 세번가의 타운하우스 단지인 '세번8'은 지난해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매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도 뭄바이의 거리들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10년 전만 같아도 모스크바, 뭄바이의 거리는 '비싼 거리 톱 텐'에 포함되기 어려웠겠지만 이들 나라에서 신흥 부자 계층이 막 생겨나고 있는 덕택에 이번 조사에서는 각각 6, 10위를 차지했다.
크렘린 궁이 바라다 보이는 러시아 오스토젠카 남서쪽 구역은 집값이 1㎡당 4만 달러(4090여만 원)로 지난해 한 해 동안 50% 가량 올랐다.
'톱 10'중 도시의 실제 거주지가 아닌 곳은 스위스 생 모리츠의 비아 수브레타. 스키 리조트 지역이지만 부자들이 앞 다퉈 별장을 사들여 집값이 치솟았다. 튀는 언행으로 자주 가십에 오르내리는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곳에 별장을 갖고 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