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5년 만에 경기 후퇴 국면 진입”
일본 정부가 7일 확정한 월례 경제보고서에서 4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경기 회복’이란 표현을 삭제해 경기가 후퇴 국면에 들어갔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매달 일본 정부가 보는 공식적인 경기 기조 판단을 반영하는 이 보고서에서는 또 200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약화’란 표현을 사용했다.
요사노 가오루(여謝野馨) 경제재정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월례보고에서 ‘후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으나 ‘약화’란 일본 경제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들어가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요사노 경제재정상은 “세계 경기 회복에 동반해 일본 경기도 회복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고 말해 깊은 조정 국면은 피할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월례보고서는 경기 판단에 사용하는 주요 항목에서 수출과 생산, 고용의 판단을 하향 조정하고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당분간 약한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언론은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돼 온 경기 회복세가 마침내 끝난 것을 의미한다며 이미 일본의 애널리스트 대부분이 “일본이 이미 침체에 빠졌거나 침체를 향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려왔다고 지적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미국발 신용 불안을 배경으로 한 세계적 경기 침체로 외수에 의존하는 성장을 계속해 온 일본 경제가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의 1분기(4∼6월) 영업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도요타자동차 측의 7일 발표에 따르면 1분기 영업익은 4125억 엔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8.9% 줄었다. 또 순익은 3536억 엔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8.1% 감소했으며 매출은 4.7% 감소한 6조2200억 엔에 머물렀다.
아사히신문은 8일 “일본의 산업계를 리드해 온 도요타의 감속은 앞으로 경기나 고용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美, 우량 모기지 연체증가-고용 악화 ‘이중고’
주택시장 침체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낳은 신용위기로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모기지의 연체율도 높아지고 고용 사정마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신규 프라임 모기지 가운데 대출 발생 12개월 이내에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간 비율이 올해 4월 말 현재 0.91%로 높아진 것으로 집계돼 주택시장 침체가 더 심화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7일 보도했다.
2006년에 발생한 신규 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이 비율은 0.33%였다.
신용도가 서브프라임과 프라임 모기지의 중간 단계인 알트-A 모기지의 연체율도 4월 말 현재 12%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미 노동부는 7일 지난주(2일 마감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한 주 전보다 7000건 증가한 45만5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2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또 미국의 7월 실업률은 전달의 5.5%에서 5.7%로 높아져 4년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달 비농업 부문 고용은 5만1000명이 감소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미국 정부가 세금 환급을 통해 소비 진작을 유도했지만 소비는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
월마트는 7월 판매 실적이 동일 점포를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4% 증가에 못 미치는 수치다.
역시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의 7월 판매도 동일 점포를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2% 감소해 월가 예상치인 ―0.3%를 밑돌았다.
소매업체 판매 실적을 집계하는 리테일 메트릭스에 따르면 7월 판매 실적을 발표한 소매업체 중 54%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미국 소비자들은 영화를 보는 횟수까지 줄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미디어 시장조사업체인 인터프리트가 18∼54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가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횟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또 68%는 최근 여가생활에 지출하는 자금 규모를 줄였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