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업체 한국에도 수출
광우병 파동의 여파로 미국에서 쇠고기 리콜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 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일부 한국 언론들은 미국 내 리콜 시스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인지 실제 상황을 과장하거나 부정확하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쇠고기 리콜 사례들=미국의 유기농 제품 전문매장인 홀푸드는 6월 2일부터 8월 6일까지 판매한 분쇄육이 E콜리 O157에 감염됐을 우려가 있어 리콜한다고 9일 발표했다. 홀푸드 대변인은 최근 매사추세츠 주에서 7명,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2명이 홀푸드에서 판매한 제품을 먹고 식중독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홀푸드가 리콜하기로 한 쇠고기 분쇄육은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 있는 네브래스카 비프에서 출하된 것들이다.
네브래스카 비프는 종업원 800여명, 하루 도축 두수 2000마리 가량 규모로 올 여름 쇠고기 리콜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육류회사다. 미 농무부가 7월 9일에 한국 수출용 쇠고기 처리 작업장으로 발표한 29개 작업장에도 포함돼 있다.
이 회사는 6월30일 1차 리콜을 실시한데 이어 8일 120만 파운드(545t)에 대해 추가 리콜에 들어갔다. 올 여름 들어 이 회사 제품과 관련된 감염 사례는 미국 12개 주와 캐나다 등에서 49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밖에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쇠고기 리콜은 지난주 버지니아 주의 한 보이스카우트 캠프에서 22명이 식중독을 일으킨 것과 관련된 리콜이다.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캘리포니아 소재 S&S푸즈가 출하한 냉동 분쇄육이 연관된 것으로 추정돼 이 회사는 6일 15만3630파운드(70t)에 대한 리콜에 들어갔다.
▽미국에서의 리콜=지난해 미국에선 쇠고기 리콜이 56회 발생했다. 올 들어서는 네브래스카 비프의 리콜이 28번째였다. 숫자로는 지난해와 비슷하며 전체 리콜 분량은 늘었다. 리콜의 상당수는 특정위험물질(SRM) 제거가 미흡한 것으로 밝혀지거나 대장균 감염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국내 언론들과 야당이 현재 진행 중인 리콜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 내 최대 쇠고기 리콜은 올 2월 다우너소 동영상 폭로에 따라 1억4300만 파운드(6만5000t)가 리콜된 것이다.
당시 리콜은 소비자 건강에 미칠 위험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었고, 실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실시된 리콜은 1999년에 3500만 파운드(1만6000t)가 리콜 된 게 최대 규모였다.
미 국립독성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선 전체 식품을 합쳐 해마다 평균 7만3000명가량이 E콜리 O157에 감염되며 61명이 숨진다. 사망자는 주로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어린이들이다.
▽한국에의 통보 의무 위반 논란=한국 농식품부는 지난달 6일 네브래스카 비프 리콜과 관련해 서울의 주한 미대사관에 설명을 요청했다.
사실 이 회사가 1차 리콜을 실시한 것은 한국 수출용 쇠고기 품질체계평가(QSA) 인증 작업장으로 선정되기 이전의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당시 미국 측이 한국에의 통보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기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 수출될 고기가 처리되는 작업장에서 발생한 식품위생 관련 중대 사안이므로 한국 정부가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미국 측은 아직 답신을 보내지 않고 있다.
한 통상 관계자는 "주한 미대사관이 미 농무부에 한국 측 요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고, 미국 시스템상 역학 조사가 하루 이틀에 완료되는 사안이 아니어서 아직 한국 측에 회신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콜리 O157: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균 중 한 종류다. 한국은 살모넬라, 비브리오균이 특히 문제가 되지만 미국 일본 등은 E콜리 O157로 인한 식중독 발병이 늘고 있다. 사람을 포함한 식용 가축의 위와 장, 배설물에서 나타난다. 감염되면 심한 설사와 복통, 구토, 때로는 혈변 증세를 보인다. 건강한 사람은 감염되어도 별 증상 없이 지나기도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식용동물의 도축과정에서 균이 고기의 표면에 노출되면서 일어날 수 있다. 살코기에 비해 햄버거 등에 쓰이는 다진 고기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