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운동화를 들고 하와이 카일루아 비치의 모래사장을 달렸다.
산책 나온 관광객들은 대선을 불과 석 달밖에 남겨놓지 않은 시기에 한가로이 바닷가를 달리는 대선후보를 발견하고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6명가량의 경호원, 그리고 관광객들이 오바마 의원을 따라 함께 뛰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오바마 의원은 이어 골프장으로 가서 오랜만에 드라이버를 잡았다.
“우린 역사상 가장 긴 경선을 치렀다. 사람들은 정치로부터 휴식을 원한다. 정치를 잊고 잠시 올림픽을 즐기는 게 의사들이 모든 이에게 권하는 바일 것이다.”
앞서 8일 가족들과 함께 1주일 예정으로 하와이에 도착한 그는 “당분간 스포트라이트를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양보하고 싶다”며 “19개월간 못 뵌 외할머니를 찾아뵙고, 서핑을 하고, 두 딸이 해변에서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와이는 오바마 의원의 고향이며, 외조부모 품에서 소년기를 보낸 곳이다.
이달 말의 전당대회, 그리고 50개 주를 돌아다녀야 하는 빠듯한 선거일정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1주일의 휴가를 택한 데 대해 정치분석가들은 “적절한 시점에서의 단절”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의 최근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는 데 대해 ‘수개월간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언론의 조명을 받아 신선감을 잃었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지난주 퓨 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가 “오바마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고 답했다. 당분간 사람들의 관심이 올림픽에 집중될 것이란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