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2만6900명에 전투기가 고작 7대에 불과한 그루지야가 군사강국인 러시아의 개입을 부를 것이 뻔한 남오세티야 공격을 감행한 것은 나름대로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9일 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갈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친서방 성향의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에 매달려 왔다. 그러나 4월 NATO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반대로 이런 기대감이 좌절됐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나라는 NATO에 가입할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아 등의 독립 문제로 골치를 앓던 그루지야는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올림픽 개막식 날 그루지야가 공격을 감행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AP통신은 그루지야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 시기를 활용해 남오세티야 독립 세력을 신속히 진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도박을 했다고 평가했다.
니쿠 포페스쿠 유럽의회 의원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도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치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이 티베트 문제로 곤욕을 치른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으로선 미국 대선으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조지 W 부시 대통령만큼의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유럽 국가들도 아직 NATO 회원국이 아닌 그루지야를 위해 직접적인 지원을 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