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 나흘째인 11일 남오세티야에서 60km 떨어진 러시아령 블라디캅카스의 피란민 임시 수용소.
양측 교전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탈출했던 남오세티야의 츠힌발리 주민들은 러시아 정부가 마련한 수용소 안 임시 출입국 사무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곳에서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서는 신분을 증명해야 하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에서 몸만 겨우 빠져나온 주민들에게는 신분증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0일 남오세티야의 피해자들에게 100만 유로(약 16억 원) 상당의 긴급 구호품을 제공했다.
피란민들은 출입국 공무원들 앞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서로 신분을 확인시켜 주었다. 북오세티야에 친척이 있는 피란민들은 “임시 출입국 사무소에 나와 달라”고 호소했다. 수용소 안은 이들의 아우성으로 목소리를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러시아 공무원들은 “전체 피란민 3만5000여 명 중 이곳으로 몰려드는 인원은 얼마 되지 않고, 그나마 형편이 낫다”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전쟁으로 약 4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츠힌발리에서 20km가량 떨어진 그루지야의 자바 시 등지에도 임시 수용소와 병원이 세워져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그루지야 군인들이 피란민들을 향해 총을 쏘는 바람에 남오세티야 주민들은 산길을 따라 몇 시간씩 걸어서 탈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나톨리 가바라예프(65) 씨는 “지금 츠힌발리는 생지옥”이라고 참상을 전했다.
더욱이 전쟁터에서 친척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남오세티야를 떠나지 못하는 피란민도 적지 않다.
러시아-그루지야 국경으로부터 56km 북쪽에 위치한 북오세티야의 수녀원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체라사 콘베고바(34) 씨는 “폭격기들이 폭탄을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에 친척들 중 누가 살아남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줄을 서 있다가 친척의 사고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피란민도 많았다.
피란민들은 전쟁이 츠힌발리에서 끝나지 않고 남오세티야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뉴스를 접하고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