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틀 잡힌 ‘오바마의 새로운 미국’

  • 입력 2008년 8월 12일 03시 01분


미국 민주당이 집권 청사진을 담은 정강정책안을 마련했다.

18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정강정책위원회가 9일 발표한 총 51쪽 분량의 정강정책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공약뿐만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경선과정에서 내세웠던 핵심 공약도 상당 부분 반영했다.

민주당은 25일부터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오바마 의원을 대선후보로 지명하면서 정강정책을 공식 채택할 예정이다.

▽‘오바마+힐러리’=두 후보 간에 선명하게 차이를 보였던 건강보험 정책과 관련해 힐러리 의원의 정책 취지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

힐러리 의원은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하자’는 견해를 보인 반면 오바마 의원은 ‘누구나 건강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개인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는 쪽이었다.

정강정책안은 “모든 미국인은 형편에 맞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저렴한 보험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개인은 건강보험을 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힐러리 의원이 6월 7일 선거운동 종료를 선언하면서 자신을 지지한 1800만 표가 여성 앞에 놓인 ‘보이지 않는 장벽(유리천장)’을 깨는 시도였다고 의미 부여한 것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새로운 미국의 청사진=정강정책안의 표제는 ‘미국의 약속을 새롭게 하겠다(Renewing America's Promise)’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와 관련해 정강정책안은 “미군 재배치가 16개월 내에 완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의원이 공약했다가 다소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16개월 이내 철군론’의 골격을 살리면서도 ‘기대한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집권 시 운신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선 ‘더 강력한 제재, 그리고 공격적이면서도 원칙에 입각한 고위급의 직접 외교’를 강조했다.

경선과정에서 오바마 의원이 개정을 시사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는 “NAFTA가 북미 3개국 모두에 더 도움이 되도록 고치기 위해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이민 정책과 관련해 “집권 첫해에 강력하고 실용적이며 인간적인 이민개혁을 추구하겠다”며 “더는 불법 입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되 불법이민자들이 그늘에서 나와 시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향한 길로 돌아오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핵문제=이란 핵 문제 다음 항목에서 북한 핵프로그램의 종식을 위한 6자회담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 의원이 강조했다가 공화당의 호된 공격을 받아온 ‘불량국가 지도자와의 만남’에 대한 언급은 없어 단지 ‘직접 외교’라는 표현만 썼다.

한미동맹에 관해선 일본 호주 등 여러 국가를 나열하면서 함께 언급한 수준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다. 다만 미국 국민의 이익 보호라는 전제조건하에서만 자유무역을 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