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만 추구하면 백전백패
통신 네트워크업체 A사는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현지 지방자치정부와 석탄 광산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항만 건설에 투자하는 대신 유연탄을 채굴하는 조건. 불과 1년 뒤 이 MOU는 휴지조각이 됐다. 자치정부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등 외국 자본들과 새 MOU를 체결하면서 A사를 배제한 것.
기업들이 자원 개발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잇달아 진출하지만 현지 사정에 어두워 개발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이 대박을 터뜨릴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제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 브로커에 속고, 현지 기업에 속고
인도네시아 자원개발은 ‘현지 브로커가 한국 기업과 접촉→브로커 중개로 한국 기업과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 협상→인도네시아 자치정부와 협상→사회간접자본(SOC)시설 투자와 연계된 MOU 체결→SOC 투자 및 개발’의 순서로 진행된다.
중소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사기성이 짙은 브로커가 제공한 정보를 액면 그대로 믿어 손해를 본다. 브로커가 성실하다 해도 현지 기업이 광산 관련 정보를 허위로 꾸미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B사는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동부지역의 무연탄 광산을 개발하려고 착수금 조로 30만 달러를 브로커에게 전달했으나 곧 브로커가 잠적해버렸다.
현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낭패를 보기도 한다.
C사는 최근 칼리만탄 남부지역의 한 광산에서 6만 t 규모의 석탄을 채굴해 한국남동발전에 납품키로 했지만 무산됐다. 석탄 kg당 5350Cal의 열량을 발생시켜야 하는데 열량이 4000Cal 정도밖에 안 됐다. 현지 기업인들은 “C사가 충분한 타당성 검토 없이 덜컥 납품계약을 했다가 물량을 대지 못해 여러 곳의 석탄을 모으다 보니 품질을 못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 구속력 없는 MOU의 폐단
앞서 예로 든 A사처럼 자치정부와 MOU를 체결했다고 개발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고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치정부는 최근 광산 소유권을 자국 기업에 둔 채 SOC 건설을 조건으로 외국 기업들이 개발이익의 일부만 갖도록 허용한다.
자치정부가 보기에 외국 기업이 지역 개발에 기여하는 정도가 낮다고 판단하면 MOU를 깨기도 한다. 지난달 말 자원개발회사인 KPF가 칼리만탄 섬 동남부 지역 유연탄과 말리쿠 섬 할마헤라 군의 니켈 개발을 위해 각 지역 자치정부 및 현지 기업과 MOU를 체결하는 현장에서도 이런 점이 확인됐다.
할마헤라 군의 와킬 와킬코타 부군수는 “지역주민의 복지 개선을 위해 KPF가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지역 토착기업인 아디타 니켈사의 부루하누딘 레만 사장도 “지역 발전을 돕지 않고 기업 이윤만 추구하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KPF 측은 약품 지원, 발전설비 투자, 경제개발 지원 등을 약속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이 같은 사업외적 투자가 불가피하다. 송무현 KPF 대표는 “단기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 계획을 세워 꾸준히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의 신동학 상무관은 “지역 주민과의 관계에 소홀하고 현장조사를 제대로 안 한 한국 기업들이 자원개발을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자카르타=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