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사참배는 ‘식은 감자’?

  • 입력 2008년 8월 14일 02시 53분


총리등 각료 참배 크게 줄어… “상황 바뀌면 언제든 폭발”

536건(2006년)→60건(2007년)→51건(2008년).

이는 아사히신문 등 일본의 5대 중앙일간지가 매년 8월 1일부터 14일까지 다룬 ‘야스쿠니(靖國)신사’ 관련 기사의 수다.

2년 전까지 한일, 중-일 관계의 뜨거운 현안이었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가 점점 수면 아래로 ‘잠수’하고 있다.

도쿄(東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8월 15일 일본 총리는 물론 관방장관과 외상 등 주요 각료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법무상 등 일부 각료가 참배하겠지만 한두 명에 불과하면 한국과 중국 정부가 크게 반발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를 둘러싼 한일, 중―일 갈등이 완화되면서 일본 국민의 참배 열기도 식어 가는 추세다.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 참배객 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21년 만에 8·15 참배를 강행한 2006년 25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각료 중 단 1명만이 참배한 지난해에는 16만5000명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가 일본 정치와 외교의 전면에서 밀려나는 중이라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 중단됐기 때문에 정치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휴화산’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의 관방장관 시절 부상한 제3의 국립추도시설 건립 방안은 기초적인 조사 예산도 잡히지 않았다.

또한 A급 전범을 야스쿠니신사에서 분사(分祀)하는 방안도 일각에서 기본 아이디어만 나왔을 뿐 구체적 토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치권과 정부의 국수주의적 세력이 야스쿠니신사 참배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교과서를 통한 독도 영유권 시비와 역사 왜곡을 주도하고 있는 문부과학성이 최근 새 학습지도해설서 설명회를 통해 학생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장려하고 나선 것이 단적인 사례 중 하나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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