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평화안 합의후에도
그루지야로 계속 진격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13일 프랑스가 제시한 평화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루지야는 이날 러시아군이 탱크를 앞세워 그루지야 영내의 고리 시로 진격하는 등 휴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맹비난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그루지야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평화 중재안에는 국제적으로 독립을 인정받지 않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두 지역의 장래 문제가 빠졌다. 두 지역은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한 그루지야 영토에 포함됐으나 이곳에서 거주하는 러시아 주민들의 보호 문제로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 이후 남오세티야에 주둔하는 평화유지군을 중심으로 치안과 재건 사업을 벌이며 친러시아 성향인 두 지역의 내정에 더 깊숙이 개입할 명분을 얻었다. 하지만 그루지야가 앞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작전 중단을 명령했던 12일 러시아 영토인 북오세티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번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로 남북 오세티야 주민에게 상처만 남겼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휴전협정 위반”=휴전협정 체결 뒤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CNN과의 회견에서 “러시아군이 휴전협정을 위반해 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를 에워싸고 있다”며 “끝까지 수도를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방송은 “러시아군 탱크가 고리 시에 있는 그루지야 군기지를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러시아 보복 조치 검토=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15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상에서 시작될 예정이던 러시아군과의 해상 합동군사훈련을 전격 취소하는 등 친서방 그루지야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방안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무력충돌에 따라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프랑스 영국과 러시아 등은 1988년부터 이 훈련에 함께 참가해 왔다.
미국은 또 그루지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저지하거나 G8(선진 7개국+러시아) 모임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