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그루지야내의 '인종 갈등' 지역은 어떤 곳인가.
A. 그루지야내엔 독립을 주장하는 두 '인종 섬'(ethnic enclave) 지역이 있다. 이번에 발단이 된 남오세티아는 그루지야와 러시아 국경 사이에 있다. 또하나의 분쟁지역인 아브카지아는 그루지야의 서쪽 흑해 해안선 북쪽을 차지하고 있다.
남오세티아인과 아브카지아인은 흑해 동쪽 끝의 코카서스 산맥 출신 민족이다. 소련은 러시아혁명 이후 그루지야를 병합하면서 두 지역을 자치 지역으로 만들었다.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하면서 두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은 자신들이 그루지야에 소속되는걸 반대했지만 그루지야 영토가 됐다. 이들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분리주의 투쟁을 벌여왔고 2004년에 그루지야와 이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이들은 사실상 그루지야에서 독립된 지역처럼 생활해왔다. 러시아는 그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왔고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해줬으며, 평화유지군 명목하에 군대를 주둔시켜왔다.
Q. 이번 충돌을 촉발시킨 직접적 계기는?
A. 이달초 남오세티야 민병대와 그루지야 군대간에 일련의 무력충돌이 있었다. 7일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남오세티야 민병대가 정전협정을 어기고 중무기를 반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그루지야군에게 츠힌발리 마을 점령을 명령했다. 츠힌발리는 남오세티야인들의 수도 같은 지역이다. 그러자 러시아는 그루지야 기지를 공습했다. 러시아는 단지 질서회복을 위한 조치라 설명했지만 러시아군은 두 분쟁지역을 넘어서서 인종갈등이 없는 그루지야의 다른 지역까지 진주했다.
Q. 러시아는 이번 군사력 사용을 1999년 코소보 사태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개입에 비교하는데?
A. 코소보가 '인종 섬'이었듯이 그루지야의 두 지역 인종섬인건 비슷하다. 하지만 두 지역의 상황을 코소보에 비교하긴 어렵다. 당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슬라비아 정부는 보스니아인 6만5000명을 비롯해 수만명을 인종청소 명목으로 살해했다. 당시 NATO로선 코소보에서 또다시 대량학살이 자행될 것이란 우려를 가질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남오세티야에서 그루지야군이 그런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다.
Q.러시아는 왜 그루지야내 분리주의 문제에 적극 개입했나.
A. 러시아내 민족주의 그룹은 소련 시대에 서방과의 사이에 보호막 역할을 해온 동유럽 위성국가들을 잃은데 대해 감정이 좋지 않다. 특히 그루지야에 이른바 '장미혁명'으로 친서방주의자인 사카슈빌리 대통령 정부가 들어선후 매우 못마땅해했다. 올해 40세인 사카슈빌리는 미 국무성 후원으로 미국에서 유학한 친미파다. 이라크전쟁에도 2000명의 군대를 보냈다. 러시아는 특히 그루지야가 NATO에 가입하려는 걸 강력히 반대해왔다. 러시아 국경 바로 앞에 NATO나토 군대가 주둔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루지야가 NATO 회원국이었다면 이번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자동적으로 군사개입해야 했을 것이다.
Q. 그루지야는 왜 두 지역을 그리 중시하나.
A. 두 지역은 지리적으론 매우 작다. 남오세티야의 경우 폭이 80km 정도다. 하지만 그루지야에겐 매우 중요한 자산인 석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가깝다. 이 파이프라인은 아제르바이잔 및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터키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러시아는 건설 자체를 강력히 반대했다. 그루지야는 남오세티야가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밀수품으로 조직범죄의 온상이 되어버렸다고 주장해왔다.
아브카지아는 그루지야의 흑해 해안선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상당수의 그루지야 인종이 살고 있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는 과거 아브카지아 분리주의자들이 지역내 그루지야인들을 상대로 학살, 강간 등을 조직적으로 자행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결국 이번 러시아와 그루지야간 대결 배후엔 석유파이프라인 뿐만 아니라 과거의 영향력 상실에 대한 러시아내의 분노, 양국 지도부사이의 적개감, 오랜 지역분쟁, 인종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Q. 러시아가 그루지야 영토를 점령할 가능성도 있는가.
A. 1968년 소련의 체코 침공때와는 달리 현 러시아 정부는 영향력 확대를 위해 굳이 영토를 점령해야 한다고 느끼지는 않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러시아는 그루지야 정부를 순응시키고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다른 옛 위성국가들에도 무력시위를 한 셈이다. 푸틴 정부는 경제적 위협으로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Q. 미국은 러시아에 정면으로 맞설 것인가.
A.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사실 미국의 카드는 마땅한게 없다. 미국은 이란 문제 등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루지야 사태에서 소극적 태도를 취할 경우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비판에 휩싸이게 될 것이란 점에서 미국 외교의 고민이 크다.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연일 미국 CNN 방송 등에 화상 연결을 통해 출연해 미국의 적극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