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마타하리’로 불려 온 여간첩 김수임(사진) 사건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이 16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김수임은 1911년 태어나 일찍 고아가 되지만 미국 선교사와의 인연으로 이화여전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군 헌병감 존 베어드 대령의 특별자문역으로 고용된 뒤 동거까지 하면서 1949년 ‘미군철수계획’과 같은 중요 기밀을 북측에 넘겼다는 간첩 혐의를 받았던 인물.
그는 독일 유학파 공산주의자로 북한 정권에서 초대 외교부장으로 발탁됐던 연인 이강국을 수배 중 월북시킨 혐의 등으로 1950년 3월 체포돼 한국 군사재판에서 국제스파이로 사형을 언도받고 6월 15일 처형됐다.
AP통신은 최근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비밀 해제된 1950년대 비밀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베어드 대령이 민감한 정보에 접근권이 없어 김수임이 북측에 넘겨줄 기밀도 없었으며, 이강국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베어드 대령과 다른 미 육군 장교들은 김수임을 변호할 수 있었지만 난처함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한국을 떠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