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국’ 일본을 떠받쳐 온 주춧돌인 일본의 공대(工大)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최근호는 ‘잘 가라, 공학부’라는 제목으로 공학부 지원자 감소와 공대 몰락 현상을 특집기사로 다뤘다.
이 잡지에 따르면 일본 최고의 명문대인 도쿄(東京)대 공학부는 이과 1계열 학생들이 경제학부로 빠져나가는 현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쿄대는 1, 2학년 때 문과 1·2·3계열, 이과 1·2·3계열로 나눠 기초교육을 한 뒤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중 이과 1계열은 공학부로 진학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올해 58명이 문과 3계열에 해당하는 경제학부를 선택한 것.
공학부 교수들은 “빠져나간 학생 중 상당수가 공학부 안에서는 아무 학과나 갈 수 있는 우수한 성적”이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런 탓에 과거 공학부의 간판이던 ‘토기전화(토목, 기계, 전기전자, 화학)’ 학과들은 올해 일제히 정원 미달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특히 전기전자 계열은 5년 연속 정원 미달을 기록했다.
원자력과 조선 관련 학과는 2000년까지 약 10년간 정원을 채우지 못해 학과 이름과 교육내용을 완전히 바꿨다. 교과과정에서 ‘원자력’과 ‘조선’은 자취를 감추었고 ‘금융’과 ‘투자론’ 강좌가 빈자리를 채웠다.
노벨상 수상자를 2명이나 배출한 교토(京都)대 공학부도 우수학생의 기피현상으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교토대는 어렵기로 정평이 난 입시문제의 난도를 최근 수년간 크게 완화했다. “백지 답안지가 속출해서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교토대 측은 설명한다. 본격적인 ‘유토리(여유)교육’을 받기 시작한 첫 세대인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화학시험을 치른 결과 불합격률이 과거의 4배인 40%에 이르렀다.
일본 명문 공학부의 추락은 국제 평가에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영국 더 타임스가 매긴 2004년과 2007년의 세계 대학 공학계열 순위를 보면 도쿄대는 7위에서 9위로, 도쿄공업대는 11위에서 22위로, 교토대는 23위에서 29위로, 오사카(大阪)대는 43위에서 68위로, 도호쿠(東北)대는 79위에서 99위로 떨어졌다.
1992년 62만3000명이던 공대 지원자는 2005년 33만2000명, 지난해 27만여 명 등으로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는 공학부 전체를 폐지하는 대학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대 몰락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과거 우수한 기술 인력을 대학으로부터 공급받아 온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