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노후택시 제한에 기사들 “아직 쌩쌩한데”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20년 넘게 탄 ‘애마’ 포니 버려야 하나…”

“27년 된 내 포니 자동차 택시, 아직도 쌩쌩하게 잘만 굴러가는데….”

이집트 카이로의 택시운전사 파우지 자와르(49) 씨는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이집트 정부가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생산된 지 20년 넘은 노후 택시의 면허 갱신을 올해 봄부터 금지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19일 자와르 씨의 각별한 ‘포니 사랑’을 소개하며 새 법안으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옛 소련에서 생산된 차량을 운전하는 이집트 택시운전사들이 곤경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자와르 씨가 포니를 중고차 시장에서 구입한 것은 1995년. 그는 당시 1만2000이집트파운드(약 236만 원)를 주고 이 차를 구입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운행해 왔다고 밝혔다. 포니 택시를 운행하며 한 달에 버는 돈도 600이집트파운드에 이른다.

이 택시는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지고 창문을 여는 손잡이도 떨어져 있는 등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태다. 그러나 카이로 시내를 누비며 자와르 씨의 생계수단 역할을 톡톡히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자와르 씨는 포니가 튼튼한 데다 새 차의 구입비용도 부담된다며 “정부가 강제로 운행을 막지 않는 한, 포니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포니가 한국에서 생산이 중단된 지 20여 년이 지났고 서울에선 박물관에 진열돼 있을 정도로 오래된 차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집트 도로에선 이 ‘골동품’이 아직도 생활형 자동차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엔 1980년대 초 이집트로 수출돼 운행되던 포니 5대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의 소품으로 한국에 역수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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