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변호 다시는 맡지 않겠다”

  • 입력 2008년 8월 21일 02시 50분


8년동안 최측근보좌 변호사, 수임 중단 선언

美출국 아들-며느리는 대학등록 안하고 잠적

대만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의 ‘가신 변호사’인 구리슝(顧立雄) 변호사가 19일 “15일 천 전 총통과 국무기요안(비밀외교자금) 수임 관계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지난 8년간 줄곧 천 전 총통과 그의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 관련 소송을 맡아 ‘어용 변호사’로 불릴 만큼 측근이다.

그는 “천 전 총통 개인에 대해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할 얘기가 아니다”라며 “천 전 총통과 우 여사에 대한 변호를 다시는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진당 내에서는 천 전 총통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당이 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롄허(聯合)보 등 대만 언론은 민진당 등이 천 전 총통과 거리를 두려는 상황에서 나온 구 변호사의 돌연한 사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 법대에 등록하러 간다며 9일 미국으로 출국했던 천 전 총통의 아들 천즈중(陳致中) 씨와 며느리 황루이징(黃睿정) 씨는 등록도 하지 않고 잠적한 상태. 입학은 취소됐다. 이들 부부는 현재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대만 언론은 전했다.

대만 검찰은 천 전 총통의 해외 비자금 은닉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미국이나 싱가포르 당국에 공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천 전 총통 일가의 비자금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그의 집 주변에서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인터넷에서는 천 전 총통의 가족이 지구본을 돌리며 비자금을 숨길 장소를 찾는 듯한 모습의 1000대만달러짜리 풍자 지폐의 도안(사진)도 떠돌고 있다고 중국대만망이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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