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연정 “사법처리” “퇴임보장” 공방
파키스탄 집권연정의 탄핵 압력에 굴복해 18일 대통령직을 내놓은 페르베즈 무샤라프(사진) 전 대통령의 처지가 어렵게 됐다.
국내에서 처벌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살해 경고까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신변 안전을 위해 곧 망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9일 열린 파키스탄 집권연정 지도자들의 모임에서는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 문제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집권연정의 양대 축인 파키스탄인민당(PPP)과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는 상반된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PPP는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안전한 퇴임을 보장하자고 주장하지만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쿠데타로 실각했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PML-N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PML-N 지도자인 자베드 하시미 의원은 “국민에 의해 선출됐던 총리는 쿠데타로 옥살이를 했고 강제로 망명길에 올랐는데, 독재자가 경호까지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그의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국민여론도 대체로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 ‘갤럽 파키스탄’이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처벌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용서하자”는 답변은 26%에 그쳤다.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에서도 70%가 “나빴다”고 대답했고 18%만이 “좋았다”고 답변했다.
한편 탈레반과 알 카에다 등 테러 조직들은 미국의 대(對)테러전쟁에 보조를 맞췄던 무샤라프 전 대통령을 살해하겠다고 잇달아 경고하고 있다.
현재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군 가옥에 머무르며 향후 거취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파키스탄 일간지 ‘돈’은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성지순례를 구실로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해 그곳에 머무르거나 영국 미국 터키 중 한곳에 망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파키스탄 정치인들이 망명지로 자주 선택하는 국가다.
美 “망명요청땐 검토”
한편 미국 백악관 측은 19일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망명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검토하겠다”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파키스탄 고위 관리들과 접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