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은 “훌륭한 선택” 평가
23일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조지프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이 지명된 직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버락 오바마 후보는 매우 강인하고 경험 있는 지도자이자 헌신적인 정치인을 러닝메이트로 선정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힐러리 의원은 “바이든 위원장은 오바마 후보의 당선을 돕고, 나아가 위대한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활기찬 부통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유례없을 만큼 치열했던 당내 경선을 치렀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될 뻔했다는 상징성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통령 후보로 거론돼 왔던 만큼 내심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힐러리 의원이 애초부터 부통령 후보 검토 명단에도 오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힐러리 의원을 지지했던 인사들은 오바마 후보의 결정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NBC가 공동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도 힐러리 의원 지지자 중 52%만이 “오바마 후보를 찍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1%는 아예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를 찍겠다”고 답했고, 27%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매케인 후보의 공화당 대선 캠프는 즉각 공격에 나섰다.
매케인 캠프는 23일 성명을 통해 “바이든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오바마 후보의 외교정책에 대한 판단력 부족을 비판해 왔으며, ‘미국인들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빨리 알아챌 것’이라고 본인 입으로 말해 왔다”고 강조했다.
매케인 캠프는 바이든 의원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오바마 후보에 대해 “직무훈련이 필요하다”고 비판한 장면과 매케인 후보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주말에는 간혹 당파성까지 허물 수 있는 친구”라고 칭찬하는 장면을 담은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또 바이든 의원이 지난해 1월 오바마 후보에 대해 “정확히 발음하고 총명하며, 청결하고 용모가 준수한 최초의 주류 흑인이 탄생했다. 이는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라고 말한 대목도 본선 과정에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당시 바이든 의원의 발언은 흑인들은 발음이 부정확하고 용모가 지저분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매케인 후보는 이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바이든 의원)와 나는 분명히 철학적 측면에서 시각을 달리하지만 나는 그를 좋은 사람, 좋은 친구로 여겨 왔다”며 “훌륭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