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아프가니스탄 파병 프랑스군의 대량 희생으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프랑스군은 18일 아프간 수도 카불 부근에서 탈레반의 매복 공격을 받아 10명이 숨지고 21명이 크게 다치는 피해를 봤다. 이번 피해는 최근 3년간 아프간에 파병된 외국 군대가 단일 사건으로 입은 인명 피해 중 최대 규모다.
프랑스는 현재 1670명의 군 병력이 파병돼 있다. 이웃 국가인 영국 8530명, 독일 3370명보다 훨씬 적은 수다. 이에 미국은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아프간에 더 기여를 해야 한다”며 프랑스를 압박했고,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달 말까지 700명의 병력을 증파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증파 이전에 의회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했으나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를 무시했다.
부상한 전우를 도우려다 저격수의 총에 맞아 20세의 나이에 사망한 쥘리앵 파욍 하사의 아버지는 “정부가 아이들을 도살장으로 보내는 일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국민은 22일 여론조사에서 55%가 프랑스군의 아프간 철수를 요구했다.
아프간 파병은 이라크전과는 달리 유엔 결의에 따라 나토 차원에서 이뤄지고 아프간 국가 재건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인정받았는데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것이다.
의회는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프랑스는 카불 부근의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이번에 뜻밖의 큰 피해를 본 것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