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측 “年4500곳 심사 신청… 직접방문 못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와인전문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최근 있지도 않은 식당을 최우수 레스토랑 리스트에 올렸다가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매달 40만 명의 독자를 확보해 온 와인 스펙테이터는 와인 애호가들의 ‘성경책’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을 가진 이 분야의 권위지. 이 잡지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의 ‘오스테리아 린트레피도’ 식당을 최고 레스토랑 중 하나로 선정했다.
문제는 이 식당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였다는 것. 이 식당은 미국의 와인과 음식평론가인 로빈 골드스타인 씨가 가짜 식당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든 뒤 2100여 종에 이르는 가짜 와인 리스트와 고급요리 메뉴를 올린 ‘사이버 레스토랑’이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3일 “골드스타인 씨가 이 잡지의 최고 식당 리스트가 믿을 만한 심사를 거쳐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가짜 식당을 만든 뒤 250달러의 가입비를 내고 심사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골드스타인 씨는 이번 선정 결과를 바탕으로 권위지들이 선정하는 식음료 리스트들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식당의 실제 존재 여부나 와인 리스트의 신빙성을 따지지 않는다면 평론가의 역할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골드스타인 씨는 일반인 500명에게 눈을 가리고 와인 맛을 보게 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사람들이 와인을 맛과 향보다는 가격과 등급으로 마신다는 내용의 책을 낸 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와인 스펙테이터 측은 “매년 4500곳에 이르는 심사 신청 식당을 일일이 방문해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전화 연락과 구글을 통한 위치 확인, 요리평 검색 등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명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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