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씨는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인 ‘메일 온 선데이’에 연재하고 있는 자신의 회고록 ‘금붕어 어항 속의 헤엄’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대처 전 총리의 옛 보수당 동료가 올해 초 “대처 전 총리의 뇌중풍(뇌졸중)이 단기적 기억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적이 있지만 그의 가족이 치매 증상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럴 씨는 회고록에서 마치 물기를 빨아들이는 압지처럼 모든 정보를 흡수했던 어머니의 기억력이 지난 8년간 어떻게 쇠퇴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24일자 회고록에서 “어머니는 나이를 먹지 않을 것만 같았고 100% 강철로 만들어져 아무런 병에 걸리지도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2000년 어느 날 점심을 먹던 중 어머니의 기억력이 나빠진 징후를 처음 목격한 뒤 놀라서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캐럴 씨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2003년 췌장암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소식을 수없이 어머니에게 확인시켜 줄 때였다. 대처 전 총리는 남편이 사망한 뒤에도 남편 소식을 계속 물었다고 한다. 캐럴 씨는 “그럴 때마다 계속해서 어머니에게 ‘나쁜 소식’을 수도 없이 다시 전해야 했다”고 말했다.
남편의 ‘사망소식’을 들을 때마다 대처 전 총리는 슬픈 얼굴로 딸을 쳐다보며 “오!”라는 감탄사를 짧게 뱉었다고 한다.
대처 전 총리는 보스니아 전쟁과 자신의 재임 중에 일어났던 포클랜드 전쟁을 계속 혼동하기도 했다.
치매 증상이 심할 때에는 한 문장을 끝낼 때 그 문장의 시작 부분을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상태가 좋은 날에는 총리 재직 시절의 일까지 또렷이 기억한다고 캐럴 씨는 전했다.
영국 보수당 최초의 여성 당수로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총리를 지낸 대처 전 총리는 2002년 몇 차례 경미한 뇌중풍을 겪은 뒤 의사의 권유에 따라 대중 연설을 중단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고든 브라운 총리의 초청으로 다우닝가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대처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보수혁명을 주도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말년에 오랫동안 치매로 투병생활을 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