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박수로 오바마 추대” 제안에 함성 호응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3분


“그는 미국 리더십 회복할 후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면서 당원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오바마 후보는 미국을 이끌 준비가 돼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덴버=EPA 연합뉴스
“그는 미국 리더십 회복할 후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면서 당원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오바마 후보는 미국을 이끌 준비가 돼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덴버=EPA 연합뉴스
■ 美민주 전당대회 셋째날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 사흘째인 27일 오전(현지 시간).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상대로 대의원 투표를 실시한 뒤 오후에 알파벳 순서에 따라 주별로 돌아가며 결과를 발표하는 호명투표(roll call)를 실시했다.

그러나 호명투표 진행 도중 힐러리 의원이 예고 없이 연단에 나와 “나는 이미 오전에 오바마 의원에게 표를 던졌다. 오바마 의원이 대선 후보로 선정됐다고 선언할 것을 제안한다”며 박수를 통해 만장일치로 동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의원들은 떠나갈 듯한 함성과 박수로 응했다.

후보 지명 절차가 끝난 뒤 연사로 등장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는 미국을 이끌고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할,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이 같은 헌사는 전날 공화당 측이 “힐러리 의원은 ‘미국을 이끌 준비된 후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며 제기한 갈등설에 쐐기를 박는 한편 경선 과정에서 생긴 오바마 의원과의 감정적 앙금이 여전하다는 일각의 관측을 떨쳐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흘째 행사를 마무리 짓는 연설자로 등단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는 “이 시대는 ‘좋은 군인’ 이상의 ‘현명한 지도자’, 미국이 필요로 하는 ‘변화를 가져올 후보’를 요구한다”고 역설했다.

바이든 의원의 연설이 끝날 즈음 오바마 의원이 예정에 없이 전당대회장에 나타났다. 26일 대회 개막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인근 호텔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의원은 바이든 의원 가족과 일일이 포옹한 뒤 청중석의 클린턴 부부를 향해 “클린턴 대통령은 진정으로 국민을 우선으로 섬기는 대통령을 갖는 게 어떤 것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줬다. 감사드린다”고 최고의 찬사를 던졌다.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 속에 대회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의 새 체제를 이끌어갈 정부통령 후보와 1990년대 초반 이래 당을 사실상 장악해 온 클린턴 집안의 단합을 과시하는 드라마틱하게 짜인 플롯이었다.

덴버=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전당대회 말말말

▽“그의 인생은 21세기판 아메리칸 드림의 결정판이다. 그의 성취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꿈꿔 온 ‘완벽한 통합’을 향한 중단 없는 발전의 증거이기도 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 미국은 오바마 후보의 시대정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내가 최고사령관이 되기엔 너무 어리고 경험도 없다고 말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나. 1992년에 그 전략이 안 통했듯이 2008년 선거도 마찬가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공화당의 오바마 후보 경험 부족 비판에 대해.

▽“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22년 지기(知己)지만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뒤 매일매일 다른 사람을 발견한다. 매케인 의원과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존 케리 상원의원, 매케인 후보가 그동안의 소신을 뒤집고 있다며.

▽“나보다 큰 애한테 얻어맞고 오면 내 어머니는 나를 다시 돌려보내며 ‘코피가 나도록 두들겨 패라. 그래야 다시 골목에서 뛰어놀 수 있다’고 가르쳤다. 난 그렇게 살아왔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 자신의 연설을 듣는 90세 노모를 가리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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