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통화 당국이 긴급 협의에 들어간 것은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경영위기가 표면화한 3월 중순.
금융시장의 동요로 달러화 가치와 주가가 폭락하자 미국 재무부와 일본 재무성, 유럽중앙은행(ECB) 당국자들은 토요일인 3월 15일부터 철야로 전화를 주고받으면서 대비책을 논의한 끝에 공동 개입이라는 비밀 합의를 도출했다.
다만 특정 방어선은 정하지 않고 투매 우려가 있을 때 기동성 있게 달러화를 매입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또 개입 규모도 정하지 않고 시장 동향을 지켜보면서 각 중앙은행이 뉴욕 도쿄 런던 등 주요 시장에서 엔화와 유로화를 팔아 달러화를 매입하기로 했다는 것.
이들 통화 당국은 공동 시장개입 외에 선진7개국(G7) 명의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했다.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합의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보였다는 것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세계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지면 미국 등의 통화 당국이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환율은 시장이 결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시장 개입에는 극히 신중한 자세를 보여 왔다. 일본은 2004년 3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유럽 통화 당국이 공동 개입을 한 사례도 2000년 9월 이후 약 8년 동안은 없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