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책임회피 위한 웃기는 소리” 일축
그루지야 침공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거꾸로 ‘미국 개입 음모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총리는 28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대선 후보 중 한 명의 선거를 도우려고 그루지야 사태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을 조장함으로써 서방과 러시아 간의 외교적 긴장관계를 조성해 특정 후보에게 이익을 주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대선 후보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와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 중 누구인지 언급하지 않았고, ‘미국 음모론’과 관련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그루지야 무력침공에 대해 푸틴 총리는 “남오세티야에 주둔 중인 러시아 평화유지군 10여 명이 그루지야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상태에서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의 재앙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그루지야 사태를 지켜봐야 했다”며 “당시 함께 개막식에 참석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그루지야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푸틴 총리는 미국 19개 가금류 업체의 대(對)러시아 수출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이 위생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그루지야 사태와 관련한 보복성 성격이 짙다.
푸틴 총리의 주장에 대해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대선 후보를 위해 뒤에서 이번 일을 지휘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그루지야 사태에 책임이 없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웃기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