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급성장에 민주주의 실험
내달 5일 16년만에 총선 실시
폭력과 부정선거로 얼룩진 케냐와 짐바브웨 대선에 실망했던 세계의 눈이 이젠 앙골라로 향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1992년 총선 이후 16년 만인 9월 5일에 총선을 치르는 앙골라가 민주주의 실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민주선거 약속의 이행=앙골라는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이래 지독한 내전을 겪었다. 2002년 부족 간의 갈등이 끝났지만 이후 예정됐던 선거는 몇 차례 무산됐다.
그런 앙골라에서 집권여당인 앙골라인민해방운동(MPLA)과 야당인 앙골라 완전 독립을 위한 국민연합(UNITA)이 과거의 반목을 지우고 투표를 통한 경쟁에 나선 것이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인 이번 총선은 1979년부터 집권해 온 주제 에두아르두 두스산투스 대통령이 갑작스레 민주주의를 하겠다고 결심하면서 이뤄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두스산투스 대통령의 결단이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여당의 프리미엄, 원유 수출로 인한 두둑한 주머니, 권력을 잃을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앙골라 폭력의 역사와 일당독재의 경험, 여권이 국영방송과 국영기업을 대부분 장악한 현실을 고려하면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두스산투스 대통령의 전폭적인 민주선거 약속이 지켜지자 야당인 UNITA는 “이번 선거는 폭력이 거의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富)와 민주주의 두 마리 토끼 잡을까=이번 선거 결과로 MPLA가 대승을 거둬 입맛대로 헌법을 바꿀지, 아니면 UNITA가 승리를 거둬 의회로 대거 진출할지 확실치는 않다. 그러나 누가 승리하든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최고의 성장을 거듭하는 앙골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게 앙골라 국민들의 기대다.
2002년 이래 급성장하고 있는 앙골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1.1%에 이른다. 올해엔 16%로 예상된다. 경제성장의 일등공신은 원유 수출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매일 200만 배럴 이상 생산하는 원유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최대 원유 생산국 자리를 굳혔고, 중국에 대한 원유 수출량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섰다.
문제는 빈부 격차. 국민의 70% 이상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앙골라에는 여전히 관료들의 늑장 행정이 뿌리 깊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앙골라에서 사업 계약을 하려면 46번의 절차를 거치고 1000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앙골라이지만 부패 구조를 청산하고 부를 축적하기엔 아직 갈 길이 험하고 멀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