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독립’ 불질렀다 긴급진화 나선 러시아

그루지야 전쟁 이후 러시아 국경지대인 캅카스 산맥 일대 소수 민족의 분리 독립 불길이 러시아 내부로 옮아 붙고 있다.

그러자 러시아는 그루지야 분쟁 지역인 남(南)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즉각 인정하겠다는 자세에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대비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유예하고 미국을 겨냥해 그루지야에 대한 무기 금수를 제안하는 등 맞대응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 점화한 분리 독립 불길=그루지야 전쟁 후 러시아 내부의 분리 독립 불똥은 체첸 반군이 활동하는 지역으로 튀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러시아 영토인 인구시 자치공화국에서 일어난 저명 언론인 피격 사건. 이곳에서 반정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던 마고메드 예블로예프 씨는 경찰에 연행된 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그는 2006년 반(反)정부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 씨 청부살해 사건 이후 타살된 언론인들 가운데 가장 저명한 인물로 꼽힌다.

야당과 재야 단체들은 진상 규명과 함께 대대적인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야당지도자인 마고메드 하즈비예프 씨는 1일 “미국과 유럽에 인구시의 독립을 호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에코 모스크바’ 라디오방송에서 밝혔다.

체첸 반군의 테러와 러시아 정부군의 보복이 끊이지 않는 분쟁지역에서 예블로예프 씨 사건이 조명을 받게 된 계기는 그루지야 전쟁이다.

러시아 의회가 캅카스 산맥의 ‘인종 섬’인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대한 분리 독립을 지지하자 러시아 영토의 인종 섬들도 이런 흐름에 편승했다.

예블로예프 씨의 사망사건은 야당이 이웃 지역인 체첸공화국 야당과 함께 독립 서명 운동을 벌이던 도중에 일어나 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스크바 일각에선 이 지역 분리 독립이 거세지면 3차 체첸 전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주민 다수가 이슬람교 정통 수니파인 인구시와 체첸 공화국은 소련 붕괴 이후 1994년과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 정부군과 내전을 치러 3만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러시아의 진화 및 맞대응 조치=러시아 정부는 사태 확산을 우려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 인정을 늦추겠다는 자세로 돌아섰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인정하기까지는 장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러시아의 WTO 가입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계약대로 진행하되 수출 루트는 아시아 국가 등으로 다변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럽에 대해 ‘압력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교장관은 1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개최에 때맞춰 그루지야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