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웅변가 아닌 안보 대통령 원해”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9월 4일 02시 53분


■ 美공화 전당대회 둘째날

부시 영상연설서 “테러에서 미국 지켜낼 후보여야”

민주 출신 리버먼 “오바마 재능 있지만 지금은 곤란”

“페일린은 검증된 개혁가” 자질논란 잠재우기 나서

‘봉사’를 주제로 2일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 엑셀에너지센터에서 속개된 공화당 전당대회의 주제는 단연 존 매케인 후보의 대통령 자질 부각과 검증 공세에 시달리는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 구하기였다.

기조연설에 나선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과 ‘1호 매케이노크라트(매케인을 지지하는 민주당원)’를 자처하는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은 물론 백악관에서 위성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 여사도 이 같은 주제에 충실한 연설을 했다.

특히 행사가 진행되던 중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바버라 부시 여사가 깜짝 등장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등 ‘부시 패밀리’ 역시 매케인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실어 줬다.

○ ‘미국의 영웅’ 매케인 띄우기

부시 대통령은 8분 남짓한 짧은 연설을 통해 “우리는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으며 9·11의 교훈을 이해하며, 우리에 대한 공격이 감행되기 전에 이를 차단해 미국을 보호할 수 있는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며 “그 사람이 바로 매케인 후보”라고 강조했다.

8년 전 앨 고어 민주당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리버먼 상원의원은 “당신이 어떤 당을 지지하건 간에 올해 대선에서 투표할 때는 누가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매케인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후보가 재능이 넘치고 웅변을 잘하는 젊은이이지만 지금처럼 미국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웅변’이 평생 국가를 위해 봉사해온 ‘기록’을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성 보수주의자로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는 영화배우 출신의 톰슨 전 상원의원은 오바마 후보에 대해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 가운데 가장 진보적(liberal)이며 가장 경험이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 페일린을 구하라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던 백인 여성표 흡수 및 전통적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의 지지확보를 위한 ‘필승카드’로 꺼내든 페일린 부통령 후보 엄호 역시 이날 전대의 핵심주제였다.

로라 여사는 첫마디부터 “페일린 후보는 강력한 행정 경험을 갖춘 검증된 개혁가”라며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공화당 출신 여성이 될 것이라는 점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세인트폴에서 가진 별도의 행사에서 “페일린 후보는 ‘패밀리 밸류’를 알고 모든 일을 가족과 함께 나누는 가장 인간적인 인물”이라며 페일린 후보를 적극 옹호했다.

매케인 후보도 필라델피아 유세 도중 “부통령 후보 검증 과정이 완벽할 정도로 철저했으며 그 결과에 만족한다”며 “페일린 주지사의 가족문제가 부통령 지명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거듭 밝혔다.

○ 예비 외교안보 내각 총출동

한편 이날 세인트폴에서는 매케인 후보 당선 시 외교안보팀을 이끌어갈 브레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로런스 이글버거 전 국무장관, 리처드 윌리엄슨 전 수단특사 등은 ‘글로벌 시대의 국가안보’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매케인은 단지 선거에서 이기려는 게 아니라 더 안전한 세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매케인이 당선되면 4년 혹은 8년 후 세계는 더 안전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중국 및 러시아의 부상, 아프가니스탄 테러와의 전쟁, 이란 핵개발 등으로 지난 2000년 부시 대통령이 집권할 때보다 전 세계 외교안보 상황이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며 외교안보통인 매케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인트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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