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보이스]前 美민주 대선후보 듀카키스

  • 입력 2008년 9월 4일 02시 53분


마이클 듀카키스 전 민주당 대선 후보는 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리더십은 민초들과의 교감을 전제로 해야 한다”면서 “매일 시민과 대화하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마이클 듀카키스 전 민주당 대선 후보는 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리더십은 민초들과의 교감을 전제로 해야 한다”면서 “매일 시민과 대화하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 곳곳에서 전해지는 각종 국제 뉴스를 더욱 심층적이고 생생한 시각에서 바라보기 위해 ‘글로벌 이슈 & 보이스’ 코너를 마련했다. 그 첫 회로 마이클 듀카키스 전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통해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美, 유일 슈퍼파워 시대 막내려 세계와 소통하는 리더십 필요”

이라크전 바보같은 전쟁

美 지구촌 위상 크게 훼손

지도자들 리무진 뒤에선

아무것도 못듣고 못배워

마이클 듀카키스(75)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

그리스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내다 1988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던 인물이다. 후보로 선출될 때까지만 해도 높은 지지를 받았던 그는 공화당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말려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2일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에서 가을 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듀카키스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선 시즌을 맞아 20년 전의 기억을 되살릴 수밖에 없는 그의 소회가 남다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며칠 전 덴버 민주당 전당대회에 다녀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여전한 민주당 당원답게 그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를 침이 마를 만큼 칭송했다.

“미국 정계에서 그 누구보다도 미국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있는 인물이다. 일례로 그는 이라크 철군과 관련한 논쟁을 훌륭히 마무리했다. 오바마 후보는 이라크를 직접 방문해 16개월 내 미군 철수 문제를 제기했고 이라크 지도층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대선 낙선 후 정계에서 은퇴한 그는 10년 넘게 매년 가을과 겨울 미국 동부(노스이스턴대)와 서부(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를 오가며 강의해 왔다. 회색 점퍼 차림에 흰 운동화는 그의 ‘캠퍼스 유니폼’이다. 개인 비서도 두지 않고 직접 행정업무를 챙긴다.

그가 가르치는 과목은 ‘미국 대통령학(US Presidency)’과 ‘제도적 리더십(Institutional Leadership)’. 한때 본인도 열망했던 ‘백악관의 주인’ 자리에 대해 그는 요즘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 미국의 국제 위상에 대한 신랄한 진단이 그의 답이었다.

“미국 대통령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지도자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에서 바보 같은 전쟁을 감행했고 이를 만류하던 국제사회의 선의를 저버렸다. 미국이 누리던 세계적 위상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그러면서 그는 “다극 체제로 가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이제 유일 슈퍼파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때일수록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더십은 민초들과의 교감(in touch with grassroots)을 전제로 해야 한다. 나 역시 주지사 시절 관저에서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면서 시민과 대화하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듀카키스 교수는 6·25전쟁 직후인 1955년 12월 군사정전위원회 소속 유엔 사절단 통신병으로 경기 문산에서 16개월 동안 복무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잿더미의 한국은 참 가난한 나라였지만 내겐 ‘미국 외의 세상’에 눈뜨게 해 준 소중한 배움터였다”고 회상했다.

내친김에 ‘지도층에 대한 불신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슬쩍 운을 떼자 신중하지만 뼈 있는 답이 되돌아왔다. “한국 얘기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누구도 (국민과 격리된) 리무진 뒤에서는 아무것도 듣고 배울 수 없다.”

스스로 ‘실용적 이상주의자(pragmatic idealist)’로 자처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자주 얘기하는 교육자로서의 조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이 그다웠다.

“불가능이란 없는 거야(The sky is the limit)!”

●마이클 듀카키스 약력

△1933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브루클린에서 출생 △1955년 스워스모어칼리지 졸업 △1960년 하버드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 △1962∼1970년 매사추세츠 주 하원의원 △1975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출 △198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에게 패배 △1988년∼현재 노스이스턴대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정치학 교수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