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은 ‘한국적 현상’ 인식…월街에서는 별로 신경 안써”

  • 입력 2008년 9월 5일 03시 00분


“미국과 유럽 은행들은 ‘9월 위기설’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아요. ‘요즘 한국에서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고 말하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한국계 은행들의 차입 여건에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최근 한국에서 확산되는 ‘9월 위기설’과 관련해 국내 시중 은행들의 뉴욕지점장들은 미국 금융시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뉴욕 금융시장에는 전 세계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회사와 빌리려는 회사들이 몰려든다. 국내 은행의 뉴욕지점장들은 미국 월가에서 해외자금을 차입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전선에서 자금 흐름을 피부로 겪고 있는 이들은 “뉴욕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9월 위기설’은 과장되고 근거가 미약한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신용경색의 영향으로 월가 자금시장에서도 차입 여건이 빡빡하지만 이는 한국 금융회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 9월 위기설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산업은행 김계동 지점장은 “한국에서는 ‘9월 위기설’이 제기되기 시작한 게 벌써 몇 개월이 지났지만, 이곳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이 같은 위기설을 알고 있는 금융회사 사람들을 거의 만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지점장은 “그동안 한국에서 위기설이 반복적으로 확대재생산되고, 또 그러다가 사그라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미국 금융회사들은 이런 일이 다분히 ‘한국적인 현상’이라는 걸 파악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 임상현 지점장은 “월가에서는 한국의 위기설을 과장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한국계 은행들은 신용등급에 걸맞은 가산금리 수준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회사들이 이른바 ‘9월 위기설’ 때문에 한국계 은행이라고 해서 대출을 꺼린다거나 가산금리를 더 높게 받는 일은 없다는 것.

우리은행 이영태 뉴욕지점장도 “글로벌 신용경색 때문에 자금의 만기가 짧아졌고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기는 했지만 기존 대출을 만기 연장하는 데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김홍주 지점장은 “이곳에서 거래하는 금융회사들이 ‘9월 위기설’에 대해 물어본다거나 관심을 보이는 일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 차입 여건 어렵지만 한국만의 문제 아니다

시중은행 뉴욕지점장들은 지난해 8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차입 여건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 신용경색이 진행되면서 먼저 차입금리 부담이 높아졌다. 작년 8월 이전까지만 해도 가산금리가 0.2% 정도였던 만기 3개월짜리 자금의 가산금리는 현재 0.9% 안팎으로 높아졌다.

신한은행 조용병 지점장은 “뉴욕 금융시장에 만기 3개월 이하 단기 위주의 자금이 주로 나오는 것은 미국 금융회사들이 연말 자금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채권 매입 등 자산운용 규모 확대를 자제하면서 차입 여건 악화 등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이상원 지점장은 “미국 자금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현재의 차입 여건은 2, 3개월 전의 상황과 같으며 ‘9월 위기설’의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