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서 황금을 캐라”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쓰레기 더미 속 ‘자원’을 찾아라!”

고유가로 인한 경제 불안과 석유 등 원료 부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쓰레기매립장을 뒤져 재활용 원료를 찾아 내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유럽, 아시아 등의 쓰레기 재활용 전문가들은 이미 시험팀을 만들어 ‘쓰레기장 캐기(landfill mining)’에 들어갔다.》

▽재활용 플라스틱 값 3배까지 치솟아=최근 재활용 업체들이 쓰레기매립장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조금이라도 더 찾아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2020년까지 세계 인구는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반면 석유, 천연가스 같은 자원은 계속 줄어들고 그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 마땅한 대체에너지를 찾기 전까지는 재활용이 유일한 대책인 셈.

석유화학제품인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면 석유 소비량도 줄일 수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세계 석유생산량의 8%가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는데,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면 소비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환경보호단체들은 플라스틱, 알루미늄, 종이, 고철 등의 재활용률을 5%만 높여도 연간 476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덜 쓰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쓰레기매립장에만 2억 t 이상의 플라스틱이 버려져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600억 파운드(약 122조1570억 원)나 된다. 석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버려진 플라스틱 값도 치솟아 1년 전 t당 100파운드 수준에서 거래됐던 재활용 대상 플라스틱 가격이 지금은 2∼3배로 올랐다.

이 때문에 다음 달 영국 런던에서는 세계 각국의 폐기물 관리 업체 대표들이 모여 처음으로 쓰레기 재활용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지역 이기주의로 줄어드는 매립장=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5년 현재 16억 t이던 세계 쓰레기 배출량이 2030년 30억 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 국가가 전체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매립하고 있는데, 각국이 쓰레기에서 찾아낸 자원 재활용에 주력하면서 2030년까지 쓰레기 매입 비율이 40%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OECD는 기대하고 있다.

런던의 경우 현재 배출 쓰레기의 40% 정도를 재활용하고 있다. 미국 뉴욕은 30%, 일본 도쿄 20%, 중국 베이징은 12% 수준.

중국, 일본, 인도, 영국, 스웨덴 등의 과학자들은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연구팀을 구성한 뒤 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쓰레기매립장을 찾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석유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다시 떨어져 상품 가격이 안정되면 이러한 ‘재활용 붐’이 동력을 잃고 반발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정부가 쓰레기 재활용을 위한 시설이나 인력을 유지하는 데 세금을 계속 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

지역 이기주의가 심해지면서 기존의 쓰레기매립장은 계속 문을 닫는 반면 새 매립장을 세우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재활용 대상물을 찾을 수 있는 쓰레기의 양과 장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 1988년 8000여 개였던 미국 쓰레기매립장은 1700여 개로 줄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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