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사민당 ‘중도 개혁’으로 U턴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슈타인마이어 총리후보-뮌테페링 당수 체제로 총선 대비

최근 수년간 좌파 성향을 강화해 온 독일 사민당(SPD)이 극적으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중도 개혁노선에 복귀했다.

사민당 지도부는 7일 쿠르트 베크 당수를 퇴진시키고 슈뢰더의 비서실장을 지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을 임시 당수 겸 총리 후보로 결정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곧 당수 자리를 프란츠 뮌테페링 전 부총리에게 넘겨주고 내년 9월 총선 대비에 전념할 방침이다.

사민당의 변화 가능성은 지난달 뮌테페링 전 부총리의 복귀설과 함께 흘러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과의 대연정에서 사민당을 대표해온 뮌테페링 전 부총리 겸 노동복지장관은 실업수당 지급기간 연장 문제를 놓고 베크 당수와 벌인 노선 투쟁에서 패배한 후 지난해 11월 암 투병 중이던 부인의 간호를 구실로 정계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베크 당수의 계속되는 좌편향 정책으로 사민당의 지지도가 사상 최저 수준인 20%까지 떨어지자 결국 지도부는 7월 부인을 잃은 뮌테페링을 구원투수로 불러들였다.

베크 당수 체제하의 사민당은 지난해 10월 사회민주주의 색채를 강화한 새 강령을 채택했으나 국민의 호응은 얻지 못했다.

더구나 올해 1월 헤센 주 선거에서 승리한 뒤 안드레아 입실란티 헤센 주 사민당위원장이 공약을 뒤집고 극좌성향의 좌파당(Die Linke)과 제휴를 추진해 유권자의 불신을 샀다.

최근에는 슈뢰더 전 총리 정권에서 경제노동장관으로 개혁 정책을 입안했던 볼프강 클레멘트에 대해 출당조치가 내려지면서 강온파 대립이 심화됐다.

총리 자리를 놓고 메르켈 현 총리와 겨룰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당내 기반이 약한 것이 흠이지만 탁월한 식견과 빈틈없는 일처리, 조용한 성품으로 국민들 사이에 신망이 높다.

뮌테페링 전 부총리는 2004∼2005년 당수를 지내면서 강경파와 온건파 간 노선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민당 내에서는 그의 복귀로 내분이 완화되고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당 지지율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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