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도 美공습에 희생자 나자 “보급로 차단”
아프가니스탄에서 대(對)테러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이 9·11테러 7주년을 앞두고 파키스탄과 러시아의 보급로 봉쇄로 위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의장은 6일 “파키스탄 국방부가 아프가니스탄 남부로 이어지는 나토군 보급로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조치는 이달 3일 파키스탄 서북부에서 실시된 미군의 공습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미군은 파키스탄에 은신한 테러단체를 없앤다는 목적으로 아프간-파키스탄 국경 지역을 폭격했으나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20여 명의 파키스탄 민간인이 숨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미군의 공습에 대한 파키스탄의 대응은 2001년 아프간 공습 이후 최초로 드러난 양국의 갈등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 국방부가 봉쇄한 나토군의 보급로는 토르캄 차만 등 두 곳으로, 40개 나토연합군이 해상으로 파키스탄까지 운송된 석유와 식량을 아프간으로 공급하던 지역이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군부 안에서 지지 기반이 취약한 자르다리 대통령이 앞으로 연합군에 얼마나 협조할지 불투명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초드리 아메드 무크타르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현지 TV를 통해 “석유 공급이 중단되면 나토군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군의 공중 보급로도 끊길 위기에 놓였다. 연합군 공군 수송기는 올 4월부터 러시아 영공을 통과해 우즈베키스탄의 카르시하나바드와 키르기스스탄의 마나스 미군 기지에 물자를 실어 날랐다.
하지만 그루지야 전쟁 이후 유럽과 대립하던 러시아가 연합군 수송기의 영공 통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러시아 일간 브즈글랴드는 나토 주재 러시아 대표인 드미트리 로고진 씨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의 아프간 영공 통과 동결 조치를 누구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9·11테러 이후 미국에 약속했던 반(反)테러 공조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것이 모스크바 외교가의 관측이다. 러시아 국방부의 한 장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시절 미군과 실시했던 반테러 연합훈련은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연합군이 수세에 몰리면서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7일 보도했다.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과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도 9·11테러 7주년을 앞두고 인터넷과 세포조직을 통해 여전히 전 세계 추종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