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권의 동진(東進)을 믿는 사람들은 머지않아 서방의 시대가 끝나고 세계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언론인이자 중국 전문가인 조슈아 컬랜지크(사진) 카네기재단 방문연구원은 7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아시아의 세기가 오려면 몇 세기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시아의 현실과 문화적 속성을 들여다보면 서방이 누려 온 ‘글로벌 파워’의 지위를 대신할 정도의 화합이 어려워 보인다”며 민족주의의 발호와 이웃 국가 간 혐오의 감정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식민지 경험 탓에 ‘주권’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집착을 보이고 있으며 그런 생각이 민족주의로 이어져 역내 국가 간 협력이라는 대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두운 과거에 대한 반성의 결여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PBS 탐사프로그램인 ‘프런트 라인’ 제작진이 베이징(北京)대 학생들에게 1989년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맨몸으로 탱크에 맞섰던 학생의 사진을 보여줬지만 아무도 이 사진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
또 일본의 한국 침략에 대한 교과서 왜곡 역시 역내 화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인터넷의 안티 한류(韓流) 등 부정적인 영향도 심각하게 봤다. 컬랜지크 연구원은 “만화책인 ‘혐한류(嫌韓流)’가 일본에서 불티나게 팔린 데는 인터넷의 영향이 컸다”며 “걸러지지 않은 무분별한 독설들이 아시아의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하튼 아시아의 시대는 몇 세기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