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십자군전쟁 벌이는 미국 역사적 패배 눈앞”
“존 불라가 주니어, 크리스티앙 레겐하트, 캐슬린 헌트….”
9·11테러 7주년을 맞은 11일(현지 시간) 미국 시민들은 TV에서 흘러나오는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을 들으며 여느 때와는 다른 숙연한 아침을 맞았다.
테러 현장인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를 시작으로 워싱턴의 펜타곤, 동남부 애틀랜타, 서북부 샌프란시스코에 이르기까지 살아남은 자들은 무고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그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뉴욕에서는 9·11테러 7주년 추도식이 피폭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옆 주코티 공원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도식은 테러범들이 납치한 비행기가 무역센터 북측 타워에 충돌한 오전 8시 46분, 남측 타워에 충돌한 9시 3분, 남측과 북측 타워가 각각 붕괴된 9시 59분과 10시 29분 등 4차례에 걸쳐 추모의 종 타종과 함께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과 희생자 이름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희생자 낭독에 참여한 210명 가운데는 미국을 포함한 90여 개국 출신 2751명의 희생자를 대표하는 다양한 민족의 유족 대표와 학생들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2751명의 희생자 이름을 알파벳순으로 일일이 낭독한 이날 행사는 4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이날 워싱턴 펜타곤 건물 서쪽광장에서는 9·11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원이 완공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희생자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부시 대통령은 “184개 벤치 모양의 펜타곤 추모공원은 184명의 무고한 영혼을 영원히 기리게 될 것”이라며 “이 추모공원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이곳에서 유족들이 조금이나마 평안을 찾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추모 물결 속에서 대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 존 매케인,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후보는 이날만큼은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이들은 뉴욕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해 유족을 위로한 뒤 헌화 묵념했다. 매케인 후보는 부인 신디 여사를 대동했으나, 오바마 후보는 미셸 여사 없이 혼자 그라운드 제로를 찾았다. 두 후보는 양당의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회동했지만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정도에 그쳤다.
한편 탈레반은 이날 9·11테러 7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아프간을 침공한 지 7년째를 맞는 미국은 역사적인 패배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서방이 아프간에서 치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아프간은 외국 군대의 간섭에 단 한 번도 굴한 적이 없으며, 이단자들의 침입에 언제나 하나로 뭉쳐 그들을 격퇴했다”고 지적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