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 쌀 주류-제과업체-병원 등에 비싸게 팔아
농약에 오염되거나 곰팡이가 슬어 공업용 풀 원료로만 쓸 수 있게 제한된 쌀이 주류업계와 제과업계, 심지어 병원에서까지 식용으로 전용된 사실이 밝혀져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12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미카사푸즈라는 미곡가공판매회사는 일본 정부가 공업용으로 방출한 ‘사고 쌀’ 743t을 헐값에 대량으로 사들여 급식회사인 닛신의료식품, 청주회사인 비쇼넨주조, 소주회사인 니시주조 등에 비싼 값으로 팔아넘겼다.
이 중 닛신의료식품은 미카사푸즈에서 사들인 쌀을 교토(京都) 부 등에 있는 병원과 양로원 등 119곳에 식용으로 공급했다.
또한 비쇼넨주조는 미카사푸즈에서 사들인 쌀로 청주를 만들어 판매했다가 오염된 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유통업계에 공급한 청주 3만 병을 회수했다.
니시주조는 오염된 쌀을 사용한 소주 30만 병을 회수하면서 약 4억 엔에 이르는 피해를 보았다.
소주업계의 피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니시주조에서 소주 원주(原酒)를 공급받은 아사히맥주와 후쿠도쿠초주조는 각각 65만 병과 3만 병을 회수했다.
이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주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소주업계에서는 “사상 최대의 위기”라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카사푸즈와는 별도로 아사이라는 식품판매회사도 오염된 쌀을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식품위생상 문제가 있다고 판명된 수입쌀은 공업용으로도 유통시키지 않고 수출국에 반품하기로 했다. 또한 일본 국내에서 생산된 오염 쌀은 실제로 풀 원료로 사용하는 업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