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자자들은 미국발 금융 위기의 파괴력이 워낙 커 글로벌 경제에 편입된 중국 증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무력감에 떨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때늦은 대응에 대해 원망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 신랑(新浪)의 한 누리꾼은 “1000만 구민(股民·주식투자자)이 힘을 합쳐 올해 말까지라도 비유통주가 새로 발행되지 않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12만 위안(약 2000만 원)을 투자해 20만 위안을 만들어 집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5만3000위안밖에 남지 않았다”며 “팔아야 하는지,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저점이 언제인지 알려달라”고 애타게 호소하기도 했다.
미국 월가에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일 개장 17분 만에 2,000 아래로 무너졌다.
지수는 한때 1,974.39까지 추락했으나 세를 회복해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주 종가(12일 2,079.67)보다 4.47%(93.04) 하락한 1,986.64로 마감했다.
상하이증시는 월가발 폭풍이 아니더라도 지난주 2,079.67(12일)까지 내려가며 2,000 선을 위협받았다.
상하이증시가 지난해 10월 16일 최고점(6,092.06)에 비해 11개월 만에 3분의 1이 된 데는 미국 유럽 등의 경기 침체와 같은 외부 악재뿐 아니라 과다한 비유통주 물량 부담이라는 내부 요인이 더 컸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는 증시 부양 등을 위한 내수 진작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마침 8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4.9%로 4개월 연속 내림세가 이어져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도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미국발 검은 구름마저 짙어지자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16일부터 1년 만기 대출금리를 기존의 7.47%에서 7.20%로 0.27%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고 15일 긴급히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방조치가 월가발 폭풍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